실꽃풍년화 (월간 난세계 18년 2월호)
이름 틀려 억울한 ‘실꽃풍년화’
(월간 난세계 2018년 2월호 :
연재 연속 번호 110번째 이야기)
지독하게 추웠던 겨울날씨가 조금은 따스한 온기에 밀려가는 것 같은 요즘이다.
추위에 익숙해졌으니 조금만 더 참고 버티면 꽃피는 봄이 올 것이고 봄이 오는 느낌이 들면 다양한 야생화들이 꽃시장에 등장하여 성미 급한 사람들에게 봄소식을 전할 것이다.
그 중 이른 봄에 야생화 전문점에 등장하는 나무가 있어서 그 나무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문제의 나무는 외국에서 처음 우리나라에 수입될 때 일본에서 사용하는 이름의 의미를 번역하여 ‘실꽃풍년화’라 불리며 한동안 판매되고 인기도 좋았던 키 작은 나무였는데
어느 순간 이름이 바뀌고 요즘은 ‘실목련’이라는 이름으로 대부분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깐 식물이름 틀리면 어떻고 맞으면 무엇 할 것이냐?”라고 하는 분도 계신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틀린 이름이 정식 명칭으로 사용되고 불러지는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 평소의 생각이었는데
며칠 전 TV의 유명한 오락프로그램을 보면서 틀린 정보는 바로 잡는 것이 맞는 것이다. 라고 느꼈다.
그 프로그램은 너무나 유명한 1박2일이었고 국내가 아닌 외국으로의 여행을 다른 것으로 쿠바 팬과 함께 한 한국문화퀴즈라는 소 타이틀이 있었다.
쿠바라는 나라 이름은 들어봤지만 쿠바가 지구상 어디에 붙어 있는지 단번에 아는 사람은 흔치 않은 것 같다.
나 역시 프로그램을 보면서 검색을 하며 “아하~ 여기가 쿠바였군” 이라 했으니 말이다.
반대로 쿠바 사람들도 한국이란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은데
이날 방송에서는 한국 문화에 대한 퀴즈 풀기가 주 내용이었다.
쿠바의 소녀들이 한국에 대해서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라는 의문을 가지고 방송을 보다 뒤로 넘어갈 뻔 했다.
만원 지폐에 그려진 세종대왕 그림만 확대한 사진을 보여주고 누구인지 문제를 냈는데 세종대왕인 것을 단번에 맞추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훈민정음 창제부터 연관된 역사까지 줄줄이 말하는 것에 놀라움만 가득했다.
한 소녀는 농담으로 “만원입니다” 라고 해서 웃음을 유도하기도 했지만 한국역사에 대한 지식을 알고 있는 것은 역시 대단했다.
그것뿐인가? 한국 속담을 맞추고 정확하게 뜻까지 해설하는 것이다.
이런 것과 같이 식물도 정확한 이름이나 정보는 틀림없이 알고 있어야 하는데 유독 우리는 엉터리 정보가 난무하고 그런 틀린 부분을 지적하면 문제 있는 인물이 되기 십상이다.
이번에 이야기하는 식물인 ‘실꽃풍년화’는 얼마나 억울할까?
뜻이나 의미가 잘 번역되어 통용되던 것을 무슨 이유인지 틀린 정보로 뒤집어씌우고 틀린 정보가 정설처럼 둔갑을 했으니 말이다.
‘실꽃풍년화’는 북미 원산의 나무로 ‘포테르길라(Fothegilla)’라고 불러야 한다.
하지만 이 나무가 처음 우리나라에 수입된 것은 일본을 통해서 이기 때문에 나무의 이름은 미국에서 부르는 포테르길라가 아닌 일본에서 부르는 백화 풍년화 라는 의미의 ‘시로바나만사크(シロバナマンサク)’로 수입이 되고 이것을 번역하여 실풍년화 혹은 실꽃풍년화라 부르게 된 것이다.
한편에서는 이렇게 우기는 경우도 있다.
일본에서 ‘만작(満作)’이라하는데 그것이 목련을 의미하는 것이란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만작(満作)은 풍작(豊作)이나 풍년(豊年)이란 의미로 사용하는 글이다.
풍년화는 이른 봄 실처럼 가느다란 노랑꽃이 피는 나무인데 이 꽃이 많이 피면 그해 풍년이 든다고 풍년화라 부른다.
그런 의미가 있어서 일본에서 이 나무를 만사크라 부르고 한문으로 만작(満作)이라 쓰는 것이다.
결국 만작은 풍년화라는 의미이지 목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우리나라는 실꽃풍년화가 실목련으로 이름이 바뀌고 이것이 정확한 정보인 것처럼 흘러 다니고 있다.
외국의 식물 관련된 인물들이 이런 것을 알면 얼마나 웃을 것인가?
한국의 식물업자의 수준은 무엇이 될 것인지 걱정스러운 일이다.
실꽃풍년화가 정확한 표현이란 것을 알려면 좀 더 깊이 들어가 봐야 한다.
머리가 아픈 일이지만 이런 경우 과명, 속명 등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되는 것이다.
포테르길라(Fothegilla)는 조록나무과(科)의 식물이다.
조록나무과(科)에는 다양한 나무들이 있지만 대표하는 것에는 히어리속(屬), 풍년화속(屬), 포테르길라속(屬)이 있기 때문에 조록나무과(科)를 대표하는 것에 들어있는 포테르길라를 가장 쉽게 이해하는 이름으로 만들려면 풍년화가 되는 것이고 그에 따라 식물 특성을 이름에 넣으려면 ‘실꽃풍년화’가 되는 것이다.
혹시 또 우기는 분이 있을까 설명을 추가하면 목련은 목련과(科) 목련목(目)의 식물이기 때문에 조록나무과(科)와는 전혀 다른 식물이란 사실이다.
식물이름은 이렇게 과, 목, 속,등을 확인하고 불러주고 만들어야 하는 것이지 기분에 따라 조록나무과에서 목련과로 바꿔 부를 수는 없는 것이다.
제발 올해는 이름 틀려 억울하다고 실꽃풍년화가 소리 지르기 전에 실목련이라는 이름은 저 멀리 접어두고 실꽃풍년화라 불러주던지 그것도 아니라면 포테르길라(Fothegilla)라고 불러주기 바란다.
이글을 보면서도 실꽃풍년화가 틀린 주장이기 때문에 실목련이라 부른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세종대왕 그림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위대한 왕입니다.” 라고 하지 않고 “만원입니다.”라고 하면 멀리 쿠바의 소녀들에게도 웃음거리 되는 것과 같은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식물이름 하나라도 신경 써 불러주기를 바래 봅니다.
태극화훼농원 한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