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사진

노랑망태버섯 (월간 난세계 2022년 10월호)

태극농원쥔장_한현석 2022. 10. 5.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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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 치마 펼치는 노랑망태버섯


봄이면 인적 드문 산길에는 자동차들이 줄지어 주차를 하고 너나 할 것 없이 산나물을 뜯겠다고 산속에 사람들이 북적거리더니

가을이면 버섯을 따겠다고 또 한번 산속에 사람들이 가득한 것 같다.


나야 버섯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니 산속을 힘들게 돌아볼 일도 없고 마트에 진열된 #표고버섯 이나 사 먹고

간혹 지인들이 어렵게 따온 #송이버섯 이나 #능이버섯 을 조금 나누어 주면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고마움을 표시하며 아끼고 아껴 먹는 것이 버섯에 대한 전부가 아닌가 생각된다.


오래전 여름 어느 날 충북 제천으로 사진을 취미로 가진 지인과 산행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그 지인은 제천의 어느 산에서 사진동호회 회원이 #노랑망태버섯 을 촬영해 왔는데

그것을 만나서 촬영을 해 보고 싶은데 도통 자생하는 곳을 알 수 없으니 함께 가서 자생할만한 장소를 찾아보면 좋겠다고 해서 출발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사실 나는 버섯에 대하여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노랑망태버섯이 자생할만한 장소를 알 수도 없고

특성도 모르고 그 버섯에 대하여 정보를 제공할 것이 없는 상태였다.

결국 둘은 장님 문고리 잡기로 무작정 #산행 을 하게 되었는데 평소 지지리 복도 없는 나에게 행운이 들었는지

산행을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무와 돌이 가득한 장소에서 노랑망태버섯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고 돌 틈에 몸을 꾸겨 넣고 사진 촬영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 무렵은 #슬라이드_필름 으로 촬영을 하던 시절이라 요즘처럼 인터넷에 사진을 올리거나 핸드폰에 사진을 저장하여 다른이에게 사진을 보여줄 수도 없으니

필름 속의 노랑망태버섯은 그저 산행을 했던 추억만 간직하고 있어야 하는 지경이다.


지독하게 무더웠던 올여름 지인이 전화를 해 주셨다.

8~9년전쯤 노랑망태버섯이 군락을 이루고 자라던 장소 인근을 지날 일이 있어서 잠깐 산행을 했는데 몇 개가 예쁘게 피어 있더라는 것이다.


며칠안에 시간을 정해 촬영을 가자고 전화를 해 주셨다.

정한 날짜가 되어 이른 아침 장비를 챙겨 들고 길을 나섰다.

잠을 설치고 나왔더니 눈꺼풀은 무겁게 자꾸 내려오고 분명 세수는 한 것 같은데 눈곱은 언제든 떨어져 발등을 찍겠다고 독기를 품고 매달려 있었다.


지인의 자동차는 이리저리 돌고 돌아 꾀나 오랜 시간 운행을 한 후에 인적이 드문 작은 길의 갓쪽에 주차를 했다.


이미 자동차 몇 대가 주차를 하고 있는데 이때 들었던 생각은 글을 읽는 여러분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젠장, 벌써 몇 명이나 노랑망태버섯을 찍으러 와 있네라고 말이다.


이때 저만치 길을 가던 사람이 돌아왔다, “무엇 때문에 오셨나요?”

알고 보니 그들은 높은 산의 먹는 버섯을 따려고 온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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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돌리고 산속을 걸어 일행들은 이리저리 노랑망태버섯을 찾아본다.

이윽고 노랑망태버섯은 우리들의 눈에 들어왔다.

일행은 순서고 뭐고 가릴 것 없이 카메라를 들고 모두 땅에 엎드려 셔터를 눌러댄다.

조용한 산속은 한동안 카메라 셔터 소리만 들려 왔고 여기저기로 자리를 옮기며 사진을 찍는 동안

날파리와 #모기 는 신나게 달려들어 사람을 못살게 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촬영은 이어갔다.


등줄기 땀은 흐르고 땅에 엎드려 있으려나 습한 기운은 올라왔지만

여인이 망사치마를 펼치고 앉아 있는 것 같은 노랑망태버섯을 찍는 시간은 즐겁기 그지없었다.


이 장소를 안내한 지인이 한마디 하신다.

처음 이 장소에 와서 사진 찍을 때는 얼마나 많았는지 사진 찍는 동안 새로운 망태버섯이 자라서 엉덩이를 툭툭 쳤는데 요즘은 거의 다 사라진 것 같아요라고 하신다.

낚시 하는 분들만 허풍이 센 줄 알았더니 사진 취미가 도 그에 버금가는 것 같아 웃음이 나왔다.


노랑망태버섯( #Phallus_luteus )은 이른 아침에 꽃이 펴서는 한낮이 지나면 녹아 버리는 버섯이기 때문에 보기가 어려운 버섯 중 하나이다.

거기에 더하여 분포지역도 한정적이다 보니 자생지가 발견되면 사진가들이 몰려들어 온통 짓밟아 버리기 때문에 자생지 #훼손 도 심한 것 중 하나이다.


물론 아무도 찾지 않고 관심도 주지 않고 그대로 둔다고 자생지가 보존되는 것은 아니다. 주변의 숲이 우거지거나 사라지는 것으로도 자생지가 사라지기 때문에 조심해서 만나고 촬영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관찰을 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이 버섯은 약간의 독성이 있다고 전해지는 듯하다.

또 한가지 문제라면 생김은 어디에도 빠지지 않게 예쁜 모양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불쾌한 냄새를 풍기고 있다는 것이다.

독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냄새를 맡아본 사람이라면 먹고 싶은 생각이 사라질 것이다.

결국 먹거리로 따가는 사람도 없고 태어나 몇 시간만 지나면 사라지는 품종이니 작은 관심만으로도 자생지는 보호할 수 있을 듯하다.


이번 글은 모기와 #날파리 그리고 습기를 버티며 오랜만에 만나고 온 노랑망태버섯의 이야기이다.

이 버섯을 촬영하고 오며 들었던 이야기는 사람을 염장 지르기에 충분한 이야기가 있었다.


지지난주에 흰망태버섯 만나고 왔어요이런 변이 있나?

나는 언제 #흰망태버섯 만날 수 있을까?

그것 촬영갈 때 함께 갈 걸 하는 아쉬움이 밀려오며 배 속 저 깊은 곳에 뭔가 뭉친 듯 한 느낌이 들었다.

노랑망태버섯은 만났고 나도 흰망태버섯을 찾아 나서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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