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자주쓴풀
촬영 장비 찾은 기념으로 떠나서 만난 ‘흰자주쓴풀’
(월간 난세계 2023년 2월호 : 연재 연속 번호 158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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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자주쓴풀을 만나서 추억을 떠 올리고 즐겁게 촬영한 이야기를 했었다.
그때 꽃 사진을 촬영할 때 늘 사용하는 촬영 장비인 앵글파인더를 잃어버린 이야기도 전해 드렸었다.
낮은 꽃을 찍을 때 앵글파인더가 없다면 좀 더 멋스러운 장면을 촬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장비 없이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이용하여 낮은 식물을 촬영하려면 온몸을 종이장을 구기듯 웅크려야 하는데
언제부터인가 나오기 시작한 아랫배 때문에 몸은 꾸겨지지 않으니 꽃을 촬영하기가 정말 어렵게 되었었다.
지인들께서 #자주쓴풀 을 촬영하러 가신다는 말씀을 듣고 혹시라도 촬영 중 앵글파인더가 떨어진 것이 있는지 가끔은 주변을 돌아봐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날 지인들은 나의 앵글파인더를 찾아서는 들고 오셨다.
눈을 찾아 주었으니 밥이라도 한번 사야 하지 않느냐고 하면서 전해주었다.
사실 이것을 산속에서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하고 나의 카메라에 맞는 것을 주문하려고 알아봤지만 국내에서는 구하기 어렵고
외국의 쇼핑몰에서만 구입이 가능하여 눈물을 머금고 거금을 지불하며 2주간의 긴 시간을 기다릴 각오로 외국 #쇼핑몰 에 주문을 해 두었었다.
잃어버린 앵글파인더를 찾은 기념으로 다음 날 일과를 조절하여 자주쓴풀을 촬영하러 나홀로 산속으로 달려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산속에 도착하니 바람이 어찌나 심하게 불어오는지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윙윙 소리가 들려왔고 자주쓴풀은 바람에 일렁거려 촬영하기가 힘이 들었다.
조금이라도 바람이 막힌 장소를 찾아 바닥에 엎드려 지난번 촬영한 모습과 다른 모양으로 자주쓴풀을 촬영하며 자리를 이동하는데 무엇인가 나를 잡아 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느낌은 #춘란 을 찾아 산채를 한 분들은 어떤 느낌인지 단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쪼그리고 앉아 주변의 자주쓴풀을 돌아보는 순간 눈앞에 청초한 흰색의 꽃을 피운 #흰자주쓴풀 이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작은 포기에 어렵사리 꽃을 피우고 있던 흰자주쓴풀은 강풍에 흔들거리고 있었고 숨을 죽이고 바람이 멈추기만을 기다리다 잠깐 바람이 멈추면 정신 없이 촬영을 했다.
조심스럽게 줄기를 잡고 꽃의 크기를 손톱과 비교하여 가늠할 수 있도록 자료 사진도 촬영하고
허리를 펴고 앉으니 #강풍 이 머리를 헝클어트리고 바람 소리는 시끄럽게 산속을 울리고 있었다.
혹시 흰자주쓴풀이 더 있지 않을까 하고 바람 불어 정신없는 산속 자주쓴풀 자생지를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능선을 중심으로 이리저리 돌아보기도 하고 조급한 마음에 작은 나무 사이를 뛰어넘기도 하고
가끔 보이는 구절초의 꽃몽우리가 흰자주쓴풀인 것 같아 걸음을 멈추기도 하고 혼자 산속을 걷고 뛴 것을 가상하다 생각했는지 작은 소나무 아래에서 흰자주쓴풀을 찾을 수 있었다.
이번 것은 키가 조금은 더 크고 꽃도 여러송이가 피어 있어서 가슴이 두근거림을 참아가며 사진을 찍고
다시 한번 행운을 잡을 샘으로 산속을 뒤적거리며 돌고 또 돌기를 반복 하였지만 더 이상의 흰자주쓴풀은 만날 수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다리도 아픈 듯하여 바위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니 강풍에 바람 소리만 가득찬 산속에 나 혼자 있다는 것이 썰렁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사진을 찍겠다고 웅크리고 있을 때 #멧돼지 같은 산짐승이 덤벼들어도 귓전에 울리는 바람 소리 때문에 공격의 기미조차 알 수 없었다 생각하니 역시 산속은 혼자 다니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바람 불어 정신없는 산을 돌아 나와 자동차에 도착하여 카메라를 정리하다 보니 이건 또 무슨 일인지
지인이 어렵게 찾아 준 앵글파인더가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흰자주쓴풀을 하나라도 더 찾아보겠다고 뛰어다닐 때 어딘가에서 빠져 떨어진 것 같았다.
이 장비는 흰자주쓴풀을 찾아 준 것으로 #인연 을 다한 것이라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며칠 후 지인이 찾아오셨다. 자주쓴풀 촬영을 하고 싶다고 하신다.
급한 일과도 없으니 안내해 드리겠다고 카메라 가방을 둘러매고 출발한다.
가는 동안 앵글파인더를 잃어버리고 찾았다가 다시 잃어버린 멍청한 행동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면서 자주쓴풀 자생지에 도착을 했다.
산속을 거닐던 지인이 웃는다. 손에는 앵글파인더를 들고 있었다.
깊은 산속 수풀 아래에서 작은 장비를 신기하게도 찾아 들었던 것이다.
다시 나에게 장비는 돌아왔고 일전에 찾았던 흰자주쓴풀은 강풍 때문인지 꽃잎이 모두 말라 있어서 지인에게 이야기도 못하고 씨앗이라도 잘 여물어 떨어지기를 마음속으로 빌고 자주쓴풀만 촬영하고 돌아왔다.
내년 가을도 그 다음해 가을도 추억속의 식물인 자주쓴풀을 감상하러 다녀올 듯하다.
물론 흰꽃이 피는 흰자주쓴풀도 잘 자라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인이 이날 다시 찾아 준 앵글파인더는 가늘고 단단한 끈으로 묶어 카메라에 매달 수 있도록 개조해 두었다.
아마 다시는 앵글파인더를 산속에서 잃어버리지는 않을듯하다.
외국의 쇼핑몰에서 주문한 앵글파인더도 도착을 해서 이것은 비닐로 다시 잘 포장하여 장비 보관 박스에 보관을 해 두었다.
잃어버리지 않아도 장비가 망가진다면 그때 요긴하게 사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흰자주쓴풀은 이렇게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추억 을 만들어준 자주쓴풀의 자생지도 보존이 잘 되고 흰자주쓴풀도 많이 늘어나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지며 지난 가을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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