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분홍 큰낭아초(월간 난세계 2023년 8월호)
곁눈질로 찾은 보물 ‘연분홍 큰낭아초’
(월간 난세계 2023년 8월호 : 연재 연속 번호 161번째 이야기)
무더운 여름 어느 날 전화가 걸려 왔다.
자동차를 타고 가다 곁눈으로 흰 꽃이 피는 싸리꽃을 본 것 같다고 한다.
싸리꽃 중에서 흰 꽃이 피는 것은 좀처럼 보기 어려운 것이니 확인을 해 보시라고 전해 드렸다.
한참 지난 후에 흐릿한 사진이 한 장 도착했다.
사진 속에는 큰낭아초의 꽃 변이종이 찍혀 있었다.
느낌이 비슷하지만 싸리는 아니고 큰낭아초의 변이종을 만난 것 같다고 전해드렸다.
다음날 햇살이 강하고 무더위에 땀이 비 오듯 해서 움직이기도 힘든 시간에 큰낭아초의 변종을 만난 지인이 찾아오셨다.
자동차 전용 도로를 달리다가 뭔가 흰 꽃이 흘러 지나 가서 전화를 했고 변종이라고 해서 다시 그곳을 찾아가려는데
그곳이 자동차 전용도로이다 보니 나들목에서 내려서 반대쪽 도로를 타고 한참을 달려간 후에 또다시 차를 돌려 전용도로를 타고 오는데
정확하게 본 것도 아니고 눈길에 흘러 지나간 것이라 그 장소가 이곳인지 저곳인지 알 수가 없어서 몇 번을 돌고 돌다가 찾아내고는 주차를 할 수도 없어 잠깐의 정차로 주변을 살피고 전용도로를 내려왔다고 한다.
전용도로를 내려서는 좁은 마을 길을 돌고 농로를 지나고 이리저리 달려 가 보면 위치가 틀리고 또 다시 점을 치듯 돌고 돌아 겨우 큰낭아초 변이종이 있던 곳을 찾아내고는 사진을 찍어 전송한 것이라도 한다.
그 변이종의 큰낭아초는 어떻게 하셨는지 물어보니 그 자리에 그대로 두고 사진만 찍어 왔다는 것이다. 그리곤 이어진 말이 “한번 가 보실래요?”였다.
무더운 날씨라 움직이는 것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혹시 그사이에 누군가 발견을 하고 뽑아간다면 사진으로도 남기지 못할 것 같아서 길을 나서봤다.
역시나 자동차 전용도로 옆으로 나 있는 길 같지 않은 길을 찾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분명 어제 다녀간 곳을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돌고 돌다가 겨우 찾아 주차한 후 손으로 가리킨 곳은 가파르고 높다란 언덕이었다.
그 언덕에는 잡초가 무성하여 발을 내디딜 수도 없는 지경이었다.
한 발짝 한 발짝 잡초를 해치고 언덕을 오르는데 이게 뭐 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땀은 폭포수처럼 흘러내리고 숨은 턱까지 차오르는 것이 그리 높지도 않은 언덕을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산을 오르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올랐다.
언덕의 가장 높은 위치에는 큰낭아초가 빽빽하게 자라고 있었고 그 중 하나의 나무가 흰빛으로 빛나는 꽃을 피우고 있었다.
‘세상에나~’
그동안 수도 없이 큰낭아초 군락을 보거나 지날 때면 혹시 변종을 만나지 않을까 하고 두리번거리는 것이 습관이 되었지만
큰낭아초는 좀처럼 변이종을 볼 수 없는 품종 중 하나였는데 눈앞에 연한 분홍색이 자리 잡은 백화라고 봐도 될만한 큰낭아초의 꽃이 피어 있으니 무더위고 뭐고 카메라를 들이밀고 숨을 참아가며 사진을 찍었다.
얼마나 반갑고 흥분을 했는지 집으로 돌아와 사진을 확인하니 많은 사진이 흔들려 있고 선명하게 찍힌 것은 많지 않았다.
생태사진가라고 큰소리를 치고 있는데 많은 사진이 흔들려 찍혔으니 창피함을 감추기 위하여 전용도로를 고속으로 달리는 자동차의 바람으로 흔들린 것이라고 지금까지도 우기고 있다.
우리가 절개지나 빈터에서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는 큰낭아초( #Indigofera_pseudotinctoria )는 중국 원산의 나무이다.
비슷한 것으로는 낭아초가 있는데 두 품종의 차이는 #큰낭아초 는 키가 1~2m 정도로 위로 자라는 나무이고
그와 다르게 #낭아초 는 줄기가 땅을 기며 옆으로 자라는 것이 특징이다.
두 품종은 모두 개화기는 비슷하고 꽃의 색상은 홍자색이나 진분홍색의 꽃이 피는 품종이다.
큰낭아초라는 이름을 뜯어보면 ‘낭아’라는 단어는 한자로 랑아(狼牙)로
꽃의 모양이 이리의 어금니처럼 생겼다는 의미이고
‘초’라고 표현한 것은 겨울에 줄기의 대부분이 말라 죽고 이른 봄에 새순이 자라는데 이것을 본 옛 어른들은 나무가 아닌 풀처럼 자란다고 이름 뒤에 ‘초’자를 쓴 것이라 한다.
위에 소개한 것처럼 낭아초는 작고 줄기가 기는 것에 반하여 크게 자라기 때문에 큰낭아초라 부르게 되었다고 하는데 사실 낭아초는 실물을 보기 어렵기 때문에 큰낭아초를 대부분 낭아초라 부르고 특별히 품종을 구분해야 할 때만 큰낭아초라 부르고 있다.
절개지나 빈터에 저절로 자라고 있어서 큰낭아초를 화단에 심는 것을 보기는 어렵지만 사실 큰낭아초를 화단에 심고 줄기를 다듬어가며 길러보면 개화기도 길고 생각보다 예쁜 모습에 반할 수도 있다.
거기에 꽃 색이 변한 연분홍의 큰낭아초라면 화단에 심어 가꾸며 감상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큰낭아초는 씨앗이나 꺾꽂이로 번식하는 나무이지만 꽃 변이종인 연분홍 큰낭아초는 씨앗으로의 번식은 어려울 것 같고 줄기를 잘라 꺾꽂이를 해야 꽃색이 유지가 될 것이다.
귀한 품종을 발견한 지인은 꺾꽂이를 해서 번식을 해 보려 준비를 하는 것 같다.
부디 많은 모종이 만들어져서 여러 사람이 즐기는 식물이 되었으면 한다.
날씨는 겁이 날 정도로 무덥다.
연분홍 큰낭아초는 예쁘게 꽃을 피우고 있을 것 같은데 머리에 수건이라도 둘러쓰고 카메라 챙겨 만나러 나가봐야 할 것 같은데 무더위가 무서우니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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