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사진

산자고

태극농원쥔장_한현석 2023. 9. 6.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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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아닌 바다에 기대어 살아가는 산자고

 

(월간 난세계 20239월호 : 연재 연속 번호 162번째 이야기)

 

이른 봄 산의 초입이나 초지를 살펴보면 별처럼 생긴 예쁜 모습의 꽃이 피는 야생화를 발견할 수 있다.

그 꽃은 #산자고 라 부르는데 한자로는 #山慈姑 라고 쓰며 시어머니의 사랑이란 뜻을 가지고 있고 한자의 뜻과 같은 시어머니의 며느리 사랑이 전설로 전해 지고 있지만 특별히 산자고를 눈여겨 봐주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

 

오래전 본지에 산자고 이야기를 쓴 적이 있었는데 전라도의 이름 없는 낮은 산으로 춘란 산채를 갔다가 양지바른 무덤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던 산자고를 만나 산채를 뒤로 미루고 이리저리 사진을 찍고 둘러보던 이야기를 전한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봐도 무덤 가득 자라고 있던 그런 큰 군락은 보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

 

산자고는 그 후 산행을 하며 간혹 만난 적이 있었지만 초지가 사라지고 숲이 우거지며 흔하게 볼 수 없는 야생화가 되어 가는 느낌이 든다.

군락을 만나기는 매우 어려워졌고 그저 몇 포기의 것을 만나고 몇 송이의 별 모양 꽃을 볼 수 있는 것이 전부였다.

 

이렇게 점점 보기 어려워진 산자고가 어느 해부터 봄이 되면 멋진 모습의 군락지가 사진 사이트에 등장을 하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합성이 된 사진처럼 보이기도 하는 산자고 군락은 수소문하여 찾아가 보고 싶었지만 봄이면 언제나 바쁜 일정이 있어 정확한 정보도 없이 무작정 꽃을 찾아 떠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그저 산자고 군락지가 어디엔가 있구나.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나른한 봄날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산자고가 득실거리는 군락으로 촬영을 가는데 함께 하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우리는 웬 떡이야라고 표현을 한다.

생각할 것도 없이 카메라 가방을 챙겨 들고 지인의 자동차에 몸을 꾸겨 넣고 실려 갔다.

 

어딘지도 모르고 실려가 정차한 곳은 고군산군도의 끝자락으로 배를 타고 들어가던 섬이 2018년에 섬과 섬을 잇는 도로가 개통되어 자동차를 타고 갈 수 있는 곳이 되었다고 한다.

자동차에서 내려 주변을 살펴보니 갯바위만 무성한 것이 산자고가 자랄 만한 장소가 아니었다.

없는 시간 쪼개 실려 온 것이 시간만 낭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만 들었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초지도 보이지 않고 숲이라 할 것도 없는 황량한 모습의 그저 한적해 보이는 섬이었기 때문에 걱정이 한가득 이었지만 무엇이라 투정을 할 수도 없으니 앞서가는 일행의 뒤를 묵묵히 따라가는 것이 전부였다.

 

더욱 막연해지는 것은 걸어가면 갈수록 출렁이는 바다가 보이고 아무것도 없는 갯바위를 향하고 있으니 슬슬 짜증이 밀려오는 것이었다.

#갯바위 에서 낚시를 할 것도 아니고 바다 근처에서 조개나 게를 잡을 것도 아닌데 바다를 향하고 있으니 할 말이 없어지는 것이었다.

 

얼마를 걸었을까?

?

저만치 떨어진 갯바위의 움푹 파인 곳에 푸른 잎들이 모이고 그 푸른 잎 위에 흰빛의 꽃들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날카로운 갯바위를 미친 듯 달려가 보니 이것이 뭔 일인가?

바닷물이 넘실거리는 갯바위 사이에 산자고가 군락을 이루고 별처럼 생겨 먹은 흰 꽃을 활짝 피우고는 나를 향에 씨익~ 웃음을 날리고 있는 것이었다.

산이 아닌 바닷가에서 산자고를 만나기는 처음이지?”라고 비꼬는 말투가 들리는 듯했다.

 

산자고 #Tulipa_edulis 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주로 산에서 자라거나 들판의 초지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하지만 이곳은 바람이 강하게 불어오거나 태풍이 불어 온다면 틀림없이 바닷물이 들어찰 장소인데 산자고가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이곳의 산자고는 이름도 바다자고로 바꾸던지 혹은 물자고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들었다.

이곳의 산자고는 큰 무더기로 군락을 이루고 자라며 지나가는 어선을 바라보고 있거나 해가지는 일몰을 즐기며 편안한 모습으로 꽃을 피우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의 산자고는 여러 사람들이 한결같이 이야기하는 것이 예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군락의 모습이 빠르게 사라져 간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분명 산자고를 집에서 보겠다고 캐가는 것이 문제일 것이라 확신한다.

산자고는 이른 봄 푸른 잎이 자라 나오고 별 모양의 꽃이 피어서는 가까이 들여다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기는 하겠지만 아쉽게도 산자고는 3월경 꽃이 피고 6월이 되기 전에 잎이 시들고 깊은 잠에 빠져드는 식물이기 때문에 관상용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족한 식물이다.

거기에 더하여 빛이 부족한 곳에서 기른다면 꽃이 활짝 피지 못하고 반쯤 개화한 모습을 며칠 보여준 후에 꽃이 지고 마는 특성이 있다.

 

결국 산자고는 자생지에서 만나고 봐야 아름다운 별 모양을 감상할 수 있고 아파트등 실내에서는 그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수도 없고 1년중 겨우 2~3달 정도만 식물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고 나머지 기간은 잎도 없는 빈 공간으로 혹은 빈 화분이기 때문에 관리에 흥미가 사라져 결국 죽어 버리게 된다.

 

산자고는 특별히 신경 써 살펴보는 사람이 없이 그저 조용히 산과 들에서 자라며 꽃을 피우고 있었지만 고군산군도의 도로 개설로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아 바다와 어우러진 산자고를 살펴보고 사진으로 남기며 인기가 높아지니 다른 식물과 다름없이 이번에도 대단한 이들이 나타나서는 산자고의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을 하고 나서기 시작했다.

 

근연종인 #중의무릇 이라 부르는 꽃이 있고 그와 같은 종류이니 #까치무릇 이라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설명을 좀 더 살펴보면 꽃의 모양이 까치와 비슷하기 때문에 까치무릇이라 한다는데 꽃의 어느 부분이 까치와 닮았는지 도저히 모를 일이고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의 상상력이라면 당해낼 재간이 없을 듯하다.

 

부탁하고 싶어 글의 마무리에 남겨보려 한다.

산자고를 기르고 싶다면 씨앗을 받아 파종하여 모종을 만들어 길러보라 권하고 싶다.

오랜 기간 자연에서 자란 것을 뽑아 기르는 것은 자연을 망가트리는 것뿐이다.

그리고 이름도 그동안 불러오고 전설도 전해오는 산자고로 그냥 그대로 남겨 두기를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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