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장구채 (월간 난세계 2024년 11월호)
바위 절벽에 아슬아슬 살아가는 ‘분홍장구채’
(월간 난세계 2024년 11월호 : 연재 연속 번호 173번째 이야기)
매우 귀한 야생화가 있다.
이 야생화는 인연 깊은 농가에서 정성을 다해서 기른 것을 분양받아 와서 우리 농원에서 판매도 했던 품종이고
판매하는 동안 인기도 많아 많은분들이 구입을 해 주셨던 야생화이다.
이 야생화는 우리에게 알려진 것도 얼마 되지 않았고 자생지 역시 매우 드물어 이 야생화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여 이리저리 검색을 해서 자료들을 살펴보면
경기도의 연천군, 그리고 강원도의 영월군, 철원군, 홍천군 등 몇몇 장소에만 서식하는 것으로 정리되어 있다.
우리나라 외의 서식지로는 북방계 식물이기 때문에 중국의 동북 지역에 자라고 있다고 하지만
어디에 얼마나 자라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자료는 없는 듯하다.
이렇게 자료도 부족하고 발견되는 장소도 적다 보니 당연하게도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하여 보호 관찰 하고 있다.
서양의 자료를 살펴봐도 ‘멸종위기에 처한 품종으로 지속적인 관찰과 보호가 필요하다.’ 라고 표기되어 있다.
그 외 우리나라의 자료를 살피다 보면 개화기가 10~11월로 표기하고 있는데 이는 무엇인가 잘못 정리하거나 오류가 아닌가 생각된다.
위에 이야기한 것처럼 재배된 것을 분양해 와서 판매할 때 살펴보면 무더운 여름에 개화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자생지라 하더라도 개화기 차이가 너무 심한 것을 보면 오류에 대한 정정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된다.
만나기 어렵고 흔하게 볼 수 없는 품종을 판매하며 늘 궁금한 것이 자생지는 어떻게 생겼고 이 식물은 자생지에서 어떻게 자라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어 주변의 생태사진가 지인들에게 개화기가 되어 촬영을 갈 일이 생긴다면 꼭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부탁을 해 두었지만 어쩐 일인지 연락은 없었다.
조급함에 몸이 달아 오른 나는 다시 부탁을 하면서 자생지를 알려달라고 했었다.
그렇게 알게 된 자생지가 강원도 홍천의 자생지였지만 우리 집에서 홍천이 가까운 거리도 아니고 해야 할 일이 늘 어깨 위에 쌓여 있으니 쉽싸리 촬영을 위해 집을 나서기가 어려웠고
어렵게 시간을 만들어 출발하려고 준비하며 지인에게 연락을 해 보면 꽃이 지고 없다는 답이 돌아오길 몇 해가 지나갔다.
지난해 역시 출발을 다짐하고 있었지만 개화기가 지나가 아쉬움만 가득했었기 때문에 올해는 벼르고 별러 지금 쯤이면 개화기가 되었을 것 같아서 다시 한번 자생지 확인을 할 겸 지인에게 전화를 드렸었다.
지인께서는 주변의 지인에게 개화 상태를 확인해서 알려주겠다고 하셨다.
전화를 기다리고 있던 어느 날 지인의 전화가 걸려 왔다.
올해는 무서운 폭염으로 개화기에 변화가 생겨 자생지를 직접 다녀와서 상태를 알려 주겠다고 한다.
다시 시간이 지나 연락이 왔다.
더위로 꽃이 예년과 달리 빈약하고 개화기도 지나가고 있으니 빠른 시간 안에 가 보라는 것이다.
더욱 반가운 소식은 홍천이 아닌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덜 알려진 장소라는 것이고 단점이라면 차량으로 접근이 어렵고 주차 후 힘겨운 산행을 해야 하니 단단히 준비해서 출발하라는 것이었다.
문자로 주차할 장소의 주소와 지도에 산행해야 할 길을 표기해 보내 주셨다.
몇 해를 기다리던 일이라 일을 뒤로 미루고 다음 날 카메라 가방 외에도 간단한 먹거리와 생수 등을 챙겨서 무작정 출발을 했다.
산 아래 주차를 하고 숨을 몰아쉬며 산행을 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눈앞에 절벽이 나타났고 고개를 들어 살펴보니 드디어 만나고 싶었던 식물이 눈에 들어온다.
#분홍장구채 ( #Silene_capitata )가 그것이고 자생상태로 만나고 싶었던 귀한 야생화가 이것이다.
역시 자료와 다르게 9월 초순인데도 개화기가 지나가고 있었다.
유독 무더운 올 9월 촬영하는 동안 땀은 쉼 없이 흘러내리고 바위에 매달려 촬영하는 나 역시 떨어질까 두려워 바위에 얼마나 몸을 기댔는지 모르겠다,
태양 빛에 달궈진 절벽 바위는 기댄 몸에 열기를 듬뿍 전달해 주고 있어서 곤혹스러웠다.
몇 장의 사진을 찍고 생수 한병을 들이키며 바라본 분홍장구채는 대견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바위 절벽 틈 사이에 모인 흙 한줌에 뿌리를 내리고 위태스러운 모습으로 아슬아슬하게 자라고 무서울 만큼 무더운 여름날 작은 분홍 꽃을 피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홍장구채는 자생지 환경에 작은 변화만 생겨도 손을 쓸 시간도 없이 사라질 것 같은 열악한 상태에서 자라고 있었고
내년에 이 장소에서 만날 수 있다면 그 역시 대단한 일이란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다른 자생지는 가 보지 못해서 알 수 없지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역시 바위틈에 아슬아슬하게 자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땀을 너무 많이 흘리고 발과 발가락에 힘을 너무 많이 주고 있어서 그런지 촬영 시간이 길지도 않았는데 힘이 빠짐을 느꼈다.
위험한 장소이고 개화기도 지나고 있어서 내년을 기약하며 돌아 나왔다.
귀하고 보기 드문 분홍장구채는 이렇게 소개하는 것으로 하고 돌아오는 다음 해에는 풍성하게 꽃이 핀 시기에 달려가서 다시 한번 소개를 할 예정이다.
생수도 두어병 더 지고 가서 메마른 바위틈에 뿌려주고 올 계획이다.
분홍장구채는 아슬아슬하게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려 줄 것이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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