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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사진

자주광대나물(월간 난세계 2019년 7월호)

by 태극농원쥔장_한현석 2019.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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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자주광대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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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난세계 20197월호 : 연재 연속 번호 120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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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에 일본을 여행할 때 길가에 줄지어 핀 야생화를 보면서 한동안 발길을 멈추었던 적이 있었다.

흡사 투구를 걸친 장수 같은 모습에 색상도 자주 빛이라 식물을 만지면 다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식물을 바라보며 일본에는 재미있고 멋스러운 품종도 자생하는군...” 이라 혼잣말을 하면서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사진 몇 장을 찍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 식물의 이름을 알고 싶어 일본의 야생화 농원의 주인에게 질문을 했었다. 그 주인 역시 한동안 자료를 뒤적거려서 ‘#히메오도리코소우 (ヒメオドリコソウ)’라고 알려주었는데

이름의 뜻을 알 수 없어 그냥 그런 식물이 있다는 것만 기억하고 몇 년이 흐르니 기억속에서도 사라져버렸었다.

그리고 몇 년 전 제주도 출장이 있어서 낯선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 기억 속에서 사라졌던 #야생화 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길가에 줄지어 핀 야생화를 보면서 머리가 복잡하고 의아했었다.

일본의 식물이 어쩐 일로 우리나라에 있을까?” 주변에 물어봐도 뾰족한 답을 얻을 수 없었고 사진 몇 장만 찍고 궁금증만 안고 집으로 돌아왔었다.

그 이후 그 식물의 해답을 얻기 위하여 일본 출장을 갔을 때 이곳저곳에 질문을 하고 답을 얻은 후에 혼자 한동안 쓴 웃음을 지었던 적이 있다.

문제의 식물은 우리나라에서는 자주광대나물(Lamium purpureum)’이라 부르는 식물로 그동안 일본 자생의 야생식물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일본에서 얻은 답은 #유럽원산 의 1~2년초로 아주 오래전 일본에 들어와 밭이나 빈터에 터를 잡고 영역을 확장해가는 것으로 잡초로 취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주광대나물 의 조용한 영역 확장은 일본의 문제만이 아닌 우리나라에도 분명 같은 일이 생길 것이라 생각하고 맞이한 올 봄 예상했던 것과 같이 많은 분들이 전화나 문자로 자주광대나물을 물어왔다. 들판에서 멋스럽고 이상한 식물을 만났는데 이름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질문에 답을 해 주면서 또 다른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질문한 분들이 #남부지역 에 계신 분들도 많지만 그 외의 지역 분들도 질문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날이 가며 질문하시는 분들이 남부지방에서 서서히 올라오는 듯 하더니 어느센가 #중부지역 의 분들이 질문을 하고 있었다.

설마설마 하던 중에 충남지역으로 출장갈일이 생겨 자동차를 타고 한적한 지방도를 달리던 중에 눈을 스치는 것이 있어 자동차를 세워두고 다가가 보았다.

논둑에는 자주광대나물이 대단히 큰 군락을 이루고 자라고 있는 것이었다. 그 뒤로도 차창 넘어 논, 밭둑은 물론 빈터에도 무리지어 자라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었는데 아마도 자주광대나물은 은밀하고 조용하게 충남지역은 물론이고 전국의 들판을 접수해 버렸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못 본 것인지 아직 자리 잡지 않은 것인지 우리 집 주변에서는 자주광대나물을 볼 수 없었지만 어느 순간 커다란 군락이 우리 지역의 빈터에도 나타나는 것이 아닐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

다행스럽게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에서도 자주광대나물로 인한 피해를 봤다는 말은 들어보지 않은 것 같다. 일본의 자료를 보면 들판의 잡초와 뒤섞여 군락을 이루고 있다는 내용을 봐서는 적당히 자생의 식물과 #공존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 녀석들이 어느 순간 돌변하여 피해를 주는 식물이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된다.

또 하나 일본에서는 자주광대나물과 #광대나물 의 교배로 인한 새로운 품종이 조금씩 관찰되고 있다는데 이 것 역시 어떻게 봐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잡초이고 외국의 식물이기는 하지만 군락을 이루고 자라는 자주광대나물을 보면 관상용 식물처럼 볼 것 많은 품종이란 생각이 들기도 하고 가만히 앉아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보여 지는 모습은 사진 소재로 쓸 만한 것도 사실이다.

자주광대나물은 주로 3~4월에 꽃이 피지만 따뜻한 지역이라면 초겨울인 11월에도 꽃을 볼 수 있고 원산지에서는 연중 꽃이 피는 식물이라 전해지기도 한다.

초장은 10~25cm 로 곧게 자라고 꽃이 진 후 씨앗이 많이 생기고 발아도 잘 하는 식물이라 쉽게 군락을 이루고 자라는 특징이 있다.

조용히 영역을 확장하며 자주광대나물의 군락이 늘어나고 있으니 아마도 돌아오는 내년 봄이 되면 좀 더 많은 분들이 질문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 들에 나갔다가 신기한 꽃을 봤는데 이 식물 이름이 무엇인가요?” 내년 봄에는 이런 질문이 몇 번 오는지 숫자를 세어 봐야겠다. 분명 수십 번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이 품종이 자생식물이 아닌 외국에서 은근히 들어와 자리 잡은 #유입식물 이란 사실을 알고 지켜보고 관리한다면 별다른 문제없이 들판을 거닐며 감상도 하고 봄 햇살 받으며 꽃핀 모습을 사진 찍어 즐길 수도 있는 야생의 꽃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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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부신지식인 04-11

#농림부신지식농업인 162

#태극화훼농원

#한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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