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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사진

섬개야광나무(월간 난세계 2019년 12월호)

by 태극농원쥔장_한현석 2019.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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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빼앗기고 살아가는 섬개야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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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난세계 201912월호 : 연재 연속 번호 125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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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각 지역에서 야생화 전시회가 많이도 열리고 있다.

시간이 허락하여 전시장을 찾아 관람을 하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전시작품의

품종명이 잘못된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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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려스러워 이것을 지적하면 대부분 민감하게 반응하며 짜증을 내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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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시회에 식물의 이름이 틀렸다면 이것은 큰 문제이고

이렇게 잘못된 이름표를 기준삼아 관람자가 또 다시 틀린 이름을

그 식물의 정확한 이름으로 알고 돌아간다면

이것은 전시회가 아닌 잘못 된 정보 전달회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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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 가까운 지역인 천안에서 #야생화전시회 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마침 시간도 있어서 관람을 갔던 적이 있다.

정성으로 가꾼 다양한 야생화 작품들이 전시대에 진열되어

관람객들을 반기고 있었고 천천히 전시작품을 둘러보던 중

생각지도 못한 품종을 만나게 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염치없는 일이지만

관람객들에게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주의하며 사진을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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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촬영한 작품의 이름표에는 ‘ #섬개야광나무 라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각 지역의 야생화 전시회를 관람하다보면

어김없이 한두 작품 쯤 등장하는 것이 섬개야광나무인데

이 전시장의 출품작품은 진짜 섬개야광나무였고

전시회에 등장한 #진품(眞品) 은 처음 만난 것이기 때문에 사진으로 남기려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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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개야광나무(Cotoneaster wilsonii)는 우리나라의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식물이고

그 자생지는 #천연기념물 제51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 품종은 1998년 환경부의 #멸종위기식물 로 지정되었다가

2005년에는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식물 1급으로 지정되어 있는

매우 귀하고 보존해야할 필요가 있는 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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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귀한 나무를 전시회에서 만났으니 반갑지 않으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이렇게 전시회에서 만난 이야기를

글로 쓴 것을 읽는 분들은 의아해 할지도 모른다.

주변 전시회를 찾으면 한두 작품은 꼭 섬개야광나무가 출품되어 있는데

그것이 이렇게 중요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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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시회에 등장한 섬개야광나무의 거의 모든 작품은

섬개야광나무가 아닌 #윤노리나무 이거나

심지어 열매를 수확하겠다고 도입된 #아로니아 품종 중 #레드초코베리 까지도

전시회에 #섬개야광나무 로 전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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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에 이렇게 다른 식물이 섬개야광나무로 등장하는 이유는

야생화 판매하는 사람들이 제법 긴 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귀한 식물입니다.”

혹은 이것이 진짜 섬개야광나무입니다.” 라고 하며

판매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이런 다양한 품종이

귀한 자생식물이라고 생각하며 정성을 다해 가꿔

전시회에 자랑스럽게 출품을 하고 품종명 역시

섬개야광나무라 쓰고 관람객들에게 자랑과 함께

열심히 식물설명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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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을 옆에서 듣고 보면서 조심스럽게

이름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면 꼭 하는 말이 있으니

야생화에 대하여 지식이 많은 전문가에게 구입한 것이고

그 사람은 절대 속일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당신이 아무것도 모르거나 부족한 지식으로 지적하는 것이다.” 라고

상당히 기분 나빠 하며 인상 쓰고 째려보는 일도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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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대 사람이야 지적도 하고 기분 나쁘다는 푸념을 들어도

서로 돌아서면 그만이지만 섬개야광나무 입장에서는 미치고 환장할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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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자생지에도 몇 그루 남아 있지 않아

멸종이 염려스러워 국가에서 멸종위기 식물로 지정하여

관리하는 귀한 몸인 섬개야광나무는 알고 있는 사람도

재배하는 사람도 찾기 어려운 지경에 은근슬쩍 존재감도 없는 녀석들이

신분을 속이고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가정에 깊숙이 침투해 있고

거기에 더해 진품이 가짜가 되고

가짜가 진짜가 되는 이상스러운 환경 속에 있으니

얼마나 화가 날지 미루어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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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개야광나무를 구분하는 방법은

결국 진품이 시중에 많아지고 진품을 직접 본 사람들이 많아져야

절대 속일 사람이 아닌그들이 잘도 속인다는 사실을

여러 사람들이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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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쉽게도 실물을 보지 않은 경우

사진이나 글로 구분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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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열매를 보면 다른 것들은 원형에 가깝다면

섬개야광나무는 약간 길쭉한 모양을 하고 있어서

자세히 보면 구분이 가능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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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를 살펴보면 다른 나무들이 씩씩하게 위로 자랄 때

섬개야광나무는 줄기가 가늘고 약해 아래로 늘어지는 느낌으로 자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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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다른 품종들이 흰색으로 핀다면

섬개야광나무는 분홍색이 들어서 개화하지만 꽃이 지면서

흰색이 많아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런 특징들을 기억해 둔다면 진품 섬개야광나무를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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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는 #보호식물 이고 특별히 재배하는 일이 없어

실물을 보기 어려웠지만 2~3년 전부터 소수의 재배가들이

증식을 하면서 모종이 시중에 조금씩 소개되고 있어서

특별한 품종을 길러보려는 취미가들에게 공급이 되고 있어

조금만 기다리면 누구나 한번쯤 길러볼 기회가 생길 것이라 보여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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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개야광나무는 매우 귀한 품종이지만 다행스럽게 번식은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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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을 파종해서 모종을 만들 수도 있고

길게 자란 줄기를 봄철 적당한 길이로 잘라

깨끗한 모래나 꺾꽂이용 흙에 #꺾꽂이 하고

반 그늘진 장소에서 물이 마르지 않도록 관리하면

쉽게 뿌리를 내려 모종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모종을 화분에 심어 관상용으로 사용하거나

화단에 심어 관상수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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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재배하게 된다면

멸종위기에 처한 품종을 보호 할 수 있을 것이고

정확하게 품종을 구분할 수 있게 되면

섬개야광나무에게 빼앗긴 이름도 돌려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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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봄철 전시회에서는 섬개야광나무를 비롯한

각각의 품종들이 정확한 이름을 달고 전시되어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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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부신지식인 04-11

#농림부신지식농업인 162

#태극화훼농원

#한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