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예뻐서 식물명이 ‘기생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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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난세계 2020년 8월호 : 연재 연속 번호 133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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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시작되면 언제나 들어오는 질문이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질문이 들어오기 시작 한다.
무더위가 시작되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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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꽃 뭔가요?” 문자를 비롯한 다양한 연락 수단으로 사진과 함께 들어오는 질문의 시작이 늘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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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한 꽃의 이름은 조금 이상스럽다고 느낄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공식 명칭이 #기생초_Coreopsis_tinctoria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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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느 품종이든 예쁘다는 말을 하게 되는데
이 품종은 그중에서도 얼마나 예쁘게 봤으면 기생초라 불렀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국어사전을 뒤적거려 과연 기생이란 의미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찾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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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_妓生 이란 전통사회에서 잔치나 술자리에서 노래와 춤 그리고 풍류로 참석자들의 흥을 돋우는 일을 업으로 삼았던 여자. 라고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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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기생초라는 꽃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이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흥이 오르고 기분 좋아지게 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생초라고 부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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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초는 우리나라 각처에서 감상할 수 있지만,
이 식물은 북아메리카 원산의 일년초로 먼 나라까지 와서 눈을 즐겁게 해 주는 식물이 되어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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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초는 #춘차국 이란 이름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렇게 이름이 두어개나 되기 때문에 식물명을 가지고 의견이 나뉘어 언쟁을 벌이기도 한다.
또 어떤이는 기생초가 #금계국속 의 식물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금계국 중 변종이라 주장하는 일도 있어 #야생화 초심자들에게 혼란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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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초를 기르고 싶은 분들이라면 씨앗을 구해 2~5월에 파종하면 6~8월에 꽃을 감상할 수 있다.
개화기가 끝나고 씨앗이 익은 것을 채종하여 두었다가 이른 봄 파종하면 매년 기생이 치장한 것처럼 화사하다는 기생초를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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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화려하고 멋스러운 기생초의 군락은 오래전 감상하고 난 후로
군락을 감상하러 길을 떠나지 못했기 때문에 그 후로는 주변에서 저절로 자란 몇 포기의 기생초 꽃을 감상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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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지인이 사진 한 장을 보내주는 것이었다.
카톡으로 전해진 사진을 보는 순간 올해는 아무리 바빠도 군락을 감상하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넓게 펼쳐진 물가에 기생초가 넘실거리는 모습이었는데 사진을 보는 순간부터 예전에 봤던 모습이 떠오르고 약간의 흥분이 밀려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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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기생초_꽃밭 으로 달려가려니 카메라도 살펴보고 배터리확인 메모리 확인 등등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주변에서 누군가 나의 이런 모습을 눈여겨 봤다면 분명 오해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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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 분명 숨겨둔 애인 만나러 가는 것이 확실해~”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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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틀린 말이 아닐 수도 있지만 말이다.
사람은 아니지만, 기생 만나러 가는데 들뜨지 않는다면 그 또한 이상한 일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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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을 만날 기대에 부풀어 잠도 설치고 이른 새벽에 잠을 깨서는 날이 밝기만 기다리며
화장실 못 간 강아지처럼 돌아다니다 먼동이 틀 무렵 기생초가 반겨줄 곳으로 출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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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달려 찾아간 군락지는 이슬이 잔뜩 내려앉아 있었는데
멋드러진 사진을 만들겠다고 새벽이슬을 밟고 있는 이 모습 역시 눈총 받기에 충분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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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슬 밟는 것은 #숨겨둔_연인 을 만나러 다녀온 경우라고 하는데
기생초를 만나러 새벽부터 달려 바지가 젖도록 이슬을 밟고 있으니 이건 영락없이 오해를 받을만한 행동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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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인 것은 요즘 큰 걱정거리인 #호흡기질환(코로나)으로 인하여 화려한 기생초 군락지에 아무도 구경 온 사람이 없이 혼자만 이리저리 서성거리고 있어서 #새벽이슬 밟은 것을 무엇이라 할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기생초 군락에서 혼자만의 사진 촬영은 특별한 경험이 되었다.
이렇게 군락을 만들어준 분들은 많은 사람이 찾아와 감상하고 즐기기를 바랬을 것인데 생각지도 못한 질환으로 인하여 찾는 사람이 없어 허무한 생각이 들었겠지만 이렇게 혼자만의 여유로움으로 촬영한 사람도 있으니 언제인가 기회가 된다면 군락을 만든 분들의 노고에 감사함을 표현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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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초는 이름처럼 화려하고 멋스러운 식물이다.
혹여 주변에 군락을 조성한 지역이 있다면 새벽이슬 밟지 말고 한낮 파란 하늘 아래 넘실거리는 모습 감상하러 다녀오시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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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분들은 기생초의 유혹에 빠져 다리 힘 빠지지 않도록 마음 단단히 먹고 구경 가는 것도 필요한 준비 과정이라 생각해 두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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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질병이 사라져서 구경하는 사람 잔뜩 들어 있는 기생초 군락 사진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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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부_신지식인_04_11호
#농림부_신지식농업인_162호
#태극화훼농원
#한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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