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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사진

애기괭이눈(월간 난세계 2021년 3월호)

by 태극농원쥔장_한현석 2021.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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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 물가에 피는 애기괭이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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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은 기록적인 #한파_寒波 와 강추위로 연일 아침 뉴스에서 최강한파라는 단어를 쉽게 접했던 겨울인 듯 하다.

눈도 제법 많이 내려서 생활에 불편함을 주며 겨울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더니 어느센가 봄 기운이 들기 시작하고 한낮에는 웃옷을 벗어야 할 만큼 성큼 봄이 다가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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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지금쯤이면 산속 계류가에는 얼음이 녹아 차가운 물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흐르기 시작했을 것 같아서 마음속에 조바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시간을 쪼개 산속의 이른 #봄꽃 을 만나고 싶은 마음 때문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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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에 피어나는 이름 봄꽃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물가에 피어나는 작은 #야생화 들은 봄의 산속에서 눈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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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른 봄 약간의 시간이 생겨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카메라 하나 덜렁 메고 산속 작은 계곡을 찾았던 적이 있다.

계곡의 음지에는 얼음이 남아 있고 햇살이 슬쩍 들어오는 자리는 봄이 겨울을 밀어내서 차가운 물이 졸졸 흐르는 그런 곳이었는데 사실 너무 이른 봄이라 계곡 주변에는 얼음만 남아 있을 것 같아서 얼음 사진이나 찍어볼 생각이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이미 작은 야생화가 물가에 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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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 그 작은 계곡의 물가에는 #애기괭이눈 #Chrysosplenium_flagelliferum 이 이끼 사이에서 작은 꽃을 피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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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서 알 수 있듯 애기괭이눈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이끼에 무엇인가 묻어 있는 것 같은 모양이라는 것이다.

물론 큰 포기라면 작은 꽃들이 모여 있어 덜 자란 야생화 무리로 보이겠지만 그런 큰 포기는 보기 어렵고 작은 포기들이 이끼 사이나 돌 틈에 자라며 가느다란 줄기를 벋고 가지 끝에 작은 꽃을 피우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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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애기괭이눈은 예전 약용식물로 사용되었다고 하는 글들을 볼 수 있지만 사실 이 식물이 얼마나 좋은 약효를 낼지, 그 작은 포기를 어떻게 모아 약으로 사용할 만큼의 부피를 수확할지 모르겠고 진짜 그렇게 사용을 했을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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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관상용으로 사용되었다고도 하지만 이렇게 산속 계류가에 자라는 품종들은 습도가 높아야 하고 여름의 더위에도 쉽게 물러버리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관상용으로 기르려면 대단히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역시 매우 세심하게 관리한다면 기르지 못할 일은 없겠지만 그 정성에 비하여 관상의 대상으로 삼을 부분도 별로 많지 않기 때문에 물가 이끼를 작품 화분에 쓰려고 따 올 때 애기괭이눈이 함께 딸려와 화분에 우연히 자라고 우연하게도 죽지 않고 자라서 꽃을 피운다면 모르겠지만 일부러 이 품종을 채집하여 기르는 것은 노력에 비하여 너무나 볼품없고 그런 노력을 하는 경우도 볼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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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 얘기괭이눈은 무슨 의미로 찾아보고 살펴보느냐 라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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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품종은 덩치도 작고 이른 봄 생각지도 못할 이른 시기에 산속을 찾은 사람들을 반기고 꽃을 피우고 있다는 그 대견함을 감상하는 존재라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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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자생하는 위치에 따라 개화기가 다르고 그런 이유로 개화한 것을 제법 긴 기간 동안 볼 수 있지만 식물의 특징인 이른 봄에 꽃을 피운 것들을 만날 수 있으니 긴 겨울동안 야생화의 꽃을 보고 싶은 절절한 마음을 가장 빨리 달래주는 품종이고 그것을 감상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이보다 귀한 야생화도 드물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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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눈 이란 이름 그대로 #고양이의_눈 처럼 생겼다는 의미인데 꽃이 지며 씨앗이 자리 잡은 모양이 고양이의 눈처럼 보인다는 의미인데 애기괭이눈은 매우 작은 꽃이지만 자세히 보면 근연종인 괭이눈 종류에서 볼 수 있는 모든 모양이나 특징이 축소되어 갖춰져 있어 눈에 힘을 주고 바라보면서 웃음이 나올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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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이미 봄은 우리 곁에 도착해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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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내서 산속 작은 계곡으로 달려가 애기괭이눈을 만나 일찍 꽃을 피운 녀석들과 눈을 맞추고 슬쩍 미소를 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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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 들고 축축한 물가에서 옷 버릴까 두려워 엉성한 폼으로 셔터를 누르고 와야 겨울과 멀어질 것 같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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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부_신지식인_04_11

#농림부_신지식농업인_162

#태극화훼농원

#한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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