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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사진

벌노랑이(월간 난세계 2021년 9월호)

by 태극농원쥔장_한현석 2021.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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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노란 물결 벌노랑이

(월간 난세계 20219월호 : 연재 연속 번호 145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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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무더워 폭염이라는 말이 하루종일 따라다니던 여름도 입추가 지나고 나니 조금은 시원한 느낌이 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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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산과 들의 식물 자원을 조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무더운 여름날도 쉬지 못하고 산과 들로 돌아다니고 있는데 지독하게 더운 날씨 속에서 돌아다니는 것은 그야말로 죽을 지경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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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이글거리는 들판을 식물만 바라보며 걷다 보면 기력은 점점 떨어지고 하늘이 노랗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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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다양한 품종을 찾아 식생을 확인하고 살피며 돌아다니다 보니 그동안 잊고 뒤로했던 품종들을 만나 추억에 빠지기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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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늘이 노란 느낌이 드는 무더운 여름의 중간쯤이면 자주 눈에 들어오는 식물이 있으니 그 식물이 #벌노랑이 #Lotus_corniculatus_var._japonica 라고 부르는 콩과의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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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꽃이 한가득 피어있는 모습을 보면 온 세상이 노란빛으로 물든 착각에 빠질 만큼 온통 진노랑 물감을 뿌려 놓은 듯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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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태양이 떠 있지만 파란 하늘과 녹색 잎 위로 피어있는 벌노랑이의 노란 꽃은 등줄기에 땀을 흘리며 감상할 만큼의 멋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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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노랑이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노랭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 이름이 맞다. 틀리다. 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하나의 식물에 이름이 여러 가지면 서로간에 의미의 전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하나의 이름으로 불러주는 것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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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노랑이라는 식물의 어원은 아마도 벌판이 온통 노란빛이다.’라는 의미로 -노랑이가 되었을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노랭이는 틀린 말은 아니지만 비표준어로 보여지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노란 꽃이 핀다는 의미인 벌노랑이라 불러주는 것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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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노랑이는 사실 오래전에 야생화 취미가 사이에서 화분에 심겨져 비교적 많이 길러지던 품종이었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다른 품종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사라진 품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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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벌노랑이는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찾아 나서보면 들판이나 길가의 절개지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다시 한번 길러보려 한다면 어렵지 않게 종자를 구할 수 있는 품종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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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노랑이는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고 하지만 식물체를 자연에서 채집하고 이식하여 기르는 것은 어려운 품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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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과 식물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벌노랑이는 뿌리가 직근성이고 잔뿌리가 적기 때문에 어느 정도 큰 포기를 이식하여 기를 수는 없는 식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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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노랑이를 길러보려 한다면 군락지를 기억해 두었다가 씨앗을 받아 모종을 만들어 심어줘야 한다.

씨앗을 받았다면 편지봉투에 담아 냉장고의 야채실이나 시원한 장소에서 보관한 후 돌아오는 봄에 작은 포트에 직접 파종하면 쉽게 모종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모종을 예쁜 화분에 옮겨 심고 햇빛과 바람이 잘 통하는 장소에서 과습되지 않도록 관리하면 무더위가 시작될 무렵부터 긴 기간 동안 화사한 꽃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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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는 모종을 화단의 한쪽에 모아 심어 벌노랑이의 군락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지만 화단에 심는 경우 군락으로 자라도 다른 꽃이나 나무에 피해가 생기지 않는 장소를 골라 심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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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서는 벌노랑이를 #bird's_foot_trefoil 라 부른다고 한다.

어쩜 이렇게 벌노랑이의 모습을 잘 표현했는지 고개가 끄떡여집니다.

3장의 잎위로 긴 다리를 뻗고 노란새가 모여있는 것 같다는 말인데 지금 생각해 보니 늘 사진을 찍을 때 뭔가 귀여운 모습이라 생각했던 것은 벌노랑이의 꽃이 새들이 모여있는 모습처럼 보이는 것을 몰랐지만 느낌은 그와 비슷했기 때문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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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지독한 무더위 속에서 자주 만나던 추억 속의 식물 벌노랑이는 전국 어디서나 잘 자라고 기를 수 있는 식물이다.

화분이든 화단이든 크게 가리지도 않고 자라며 개화기도 길기 때문에 오랜 시간 감상할 수도 있는 매우 귀여운 식물이지만 거기에 더하여 다년초로 한번 심어두면 매년 새순을 올리며 꽃을 피워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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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단점을 이야기한다면 환경만 맞는다면 넓은 면적을 줄기가 살짝 누워가며 자라기 때문에 지저분한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줄기를 잘라주면 다시 깨끗한 모습으로 자라기 때문에 심하게 커서 보기가 싫다면 줄기를 잘라서 다듬어 주는 것이 필요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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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노랑이의 꽃말은 다시 만날 때까지라고 한다.

돌아오는 여름철 노란 꽃이 가득 피어 넘실거리는 군락을 찾아 다시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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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로 하늘이 노란 것인지, 벌노랑이 때문에 온 천지가 노란 것인지 확인도 해 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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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부_신지식인_04_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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