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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사진

붉은대극(월간 난세계 2023년 7월호)

by 태극농원쥔장_한현석 2023.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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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김서방 찾기, 산에서 붉은대극찾기

(월간 난세계 20237월호 : 연재 연속 번호 160번째 이야기)

 

지난봄의 어느 날 지인께서 전화를 주셨다.

붉은대극이라 불리는 야생화를 아느냐는 것이었다.

당연하게 알고 있다고 했더니 그것은 어디에서 볼 수 있냐고 물어오신다.

한동안 말을 못 하고 고민에 빠져들었다.

분명 붉은대극을 알고 있고 본 것은 맞는데 이것을 어디에서 봤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붉은대극은 전국적으로 자생하는 야생화이지만

크게 신경 쓰며 본 것이 아니었으니 어느 곳에서 봤는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 때문에 갑작스럽게 붉은대극을 찾느냐고 했더니 지인의 지인께서 붉은대극을 촬영하고 왔는데

촬영장소를 물었지만 장소를 알려주지 않고 이리저리 말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은근히 자존심도 상하고 붉은색으로 올라온 붉은대극의 멋진 모습도 촬영을 해 보고 싶은데 장소를 알지 못해서 나에게 연락을 주셨다는 것이다.

 

만나고 싶은 것을 다른 이는 만나고 왔는데 그 장소를 알려주지 않으니 얼마나 속이 상할지 알고도 남을 일이다.

아무리 고민해도 자생지 기억은 나지 않고 즉시 인터넷 세상을 뒤적이기 시작한다.

붉은대극에 대한 글들이 올라와 있고 그 중 어느 분의 글에 등산을 하면서 우연히 붉은대극을 만났던 것을 남겨두었는데 이것을 근거로 지인들과 붉은대극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

 

생소한 이름을 가진 산의 초입에 도착을 하고는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이른 봄이라 산속의 나무들은 가지만 앙상한 상태였지만 허겁지겁 붉은대극을 찾고 있는 우리 일행들은 얼굴이 붉어지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서 헉헉거리며 이리저리 자생할 것 같은 장소를 찾아 산속을 뛰어다니다 보니 벌써 산의 정상부까지 올라 있었고 다리에 힘이 풀린 일행들은 정상을 앞에 두고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힘은 빠지고 찾는 식물은 보이지 않고 하는 수 없이 자생지를 알고 있을 만한 지인에게 전화를 걸게 되었다.

여기 ○○산 정상 부근인데요 붉은대극이 이산에 있기는 한가요?”

전화기 너머 지인께서 말씀을 하신다.

정상 부근이요? 붉은대극 그 산 아래쪽 산의 초입에 있어요

이런 변이 있나?

산의 아래쪽에 있다는 것을 무슨 작전이나 벌이듯 정상까지 와서는 주저앉아 있으니 꼴이 말이 아니다.

전화 연결이 된 김에 정확한 장소를 알려달라 부탁을 드리니 지인께서는 무엇이라 설명을 하기는 어렵고 산의 아래쪽이라는 말씀만 하신다.

떨리는 다리를 끌고 내려왔는지 구르며 내려온 것인지 산을 내려 와서는 자동차를 타고 산의 초입이라 생각되는 장소를 이리저리 돌아봤지만 붉은대극은 찾을 수 없었다.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 하듯 산에 와서 무작정 붉은대극을 찾고 있으니 이렇게 막연한 일을 하는 것에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시간은 이미 오후 늦은 시간이 되었지만 산의 초입이란 곳이 도대체 어디인지 알 수도 없고 붉은대극이 자생할만한 장소 역시 보이지 않고 몸은 산속을 헤매고 다녀서 피곤이 밀려오고 하는 수 없이 붉은대극은 다음에 만나기로 하고 산을 떠나려 자동차에 오르는 순간 지인의 전화가 걸려 왔다.

 

지인께서는 또 다른 지인들께 붉은대극이 자생하는 장소의 주소를 알고 있거나 알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사방으로 연락을 취한 결과 정확한 주소를 알았으니 즉시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해 보라고 하신다.

 

입력한 결과 현 위치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마누라와 네비게이션의 말은 무조건 잘 들으라고 했으니 안내하는 곳으로 정신없이 달려가 본다.

자동차는 농로 비슷한 산길을 달려가더니 소리를 지른다.

도착을 했단다. 안내를 종료한다고 한다.

말 그대로 산길의 중간쯤이다.

자동차에서 내린 일행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산의 초입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산속에 붉은대극이 보이는 것이었다.

이렇게 붉은대극은 길에서도 보일 만큼 가까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그것을 알지 못한 우리들은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 하듯 온산을 돌고 돌아 다리가 저리도록 돌아다녔으니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안내를 받아 붉은대극을 만난 우리 일행들은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부지런히 산의 경사면을 기어 다니며 촬영을 했고 처음 붉은대극의 자생지를 물었던 지인은 원 없이 사진기에 붉은 대극을 담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산을 내려왔다.

 

#붉은대극( #Euphorbia_ebracteolata )은 그 이후 활짝 꽃이 폈다는 소식을 듣고 다른 지역을 찾아가 촬영을 하기도 했다.

안타까운 일이라면 찾아간 자생지를 안내한 지인의 말에 의하면 모든 자생지의 훼손이 심해서 언제 자생지가 사라질지 모른다고 걱정을 하고 계셨다.

 

붉은대극은 전국적으로 볼 수 있지만 군락을 이루고 자라는 곳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군락을 이룬 자생지에서 혹은 드문드문 자라는 곳이라도 붉은대극은 캐거나 꺾지 말고 눈으로만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붉은대극은 이름 봄 대단히 붉게 새순을 올려 관상성이 높아 보이는 식물이지만 사실 꽃이 필 무렵이면 이미 붉은색이 서서히 빠져 녹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화려한 느낌으로 계속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 치명적인 단점이라면 매우 독성이 강한 유독성 식물이라는 것이다.

화분이나 화단에 심어 가꾸려고 뽑아 오거나 구입을 하겠지만 심어보면 그렇게 매력이 넘치는 것은 아니고 자연에서 자란 것이 새순을 올릴 무렵 눈요기하는 정도의 식물이란 사실이다.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 하듯 고생하며 찾았던 붉은대극이었지만 그 자생지를 알려주지 않고 우물쭈물했던 그 사진가의 마음은 혹시라도 자생지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 들어 훼손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그랬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그런 분들 덕분에 그 자생지는 내년에도 화려한 새순을 올리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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