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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사진

대흥란 (월간 난세계 2022년 9월호)

by 태극농원쥔장_한현석 2022.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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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기를 수 없는 대흥란


(월간 난세계 20229월호 : 연재 연속 번호 154번째 이야기)


올해는 유독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여름이니 더워야 한다지만 지독한 폭염은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 같다.


이렇게 폭염 경보가 내려진 여름 어느 날 한낮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지난번 부탁했던 꽃이 폈어요. 어제 일부러 산에 가 봤는데 활짝 피어 있어요
추워서 발 동동 구르는 깊은 겨울에 부탁을 했던 꽃의 개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기억에서도 지워질 것 같은 아주 오래전 춘란을 찾아 남부지방 산속을 헤집고 돌아다니던 젊은 시절에
춘란의 신아를 남보다 일찍 보면서 뭔가 대단한 것을 발견해 보겠다고 무더운 여름에 땀으로 목욕을 하면서 산속을 돌아다닐 때
가끔 반갑게 만나던 식물이 있었으니 그것이 #대흥란 이라 불리는 난초과 식물이다.


그 시절은 #춘란 신아를 살펴보는 것도 힘겨워 대흥란을 만나도 눈인사만 하고 스쳐 지나갔고
사진을 찍어 보려 해도 땀으로 흥건한 손으로 카메라를 가방에서 꺼내 들기도 번거로운 생각이 들어
사진을 찍으려 하지도 못했으니 사진 자료를 뒤적여봐도 대흥란의 사진은 볼품없는 몇 장뿐이었다.


이렇게 오래전에 스치듯 지나치며 만났던 대흥란을 자세히 살펴보려고 부탁을 했던 것이 드디어 지인의 연락을 받는 것으로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부터 문밖에는 열기가 대단한 날, 지인이 알려준 장소로 출발을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흐린 날씨라 머리가 벗겨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듯한 날씨였다.


자동차를 길가에 조심스럽게 세워두고 장비를 둘러매고 산을 오리기 시작한다.
산행은 그리 길지 않다고 안내는 받았지만 대흥란을 만나려는 조급한 마음에 조금은 서둘러 산을 오르다 보니
열기와 땀으로 숨이 턱에 차고 다리는 후둘거렸지만 함께한 분들 역시 쉬지도 않고 산을 오르는 바람에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이를 악물고 산을 올랐다.


숨이 넘어갈 무렵 앞서가던 일행이 무릎을 꿇고 땅에 엎드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후둘거리는 다리로 달리기하듯 달려서 만난 대흥란은 정말 장관이라 할 수 있었다.

예전 춘란을 찾아다니며 보던 대흥란은 한포기 혹은 두어포기 정도씩 자란 모습이었는데
이곳의 대흥란은 꽃다발처럼 무더기로 자라서 숨을 헐떡거리는 나를 웃어 가며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메라 를 들고 땅에 납작 엎드려 사진 촬영을 시작하는데 산속의 모기와 날벌레들은 좋은 먹거리가 나타났다고 셀 수도 없이 많이 촬영하는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늘을 향해 팔을 허우적거리면 눈 깜빡할 정도의 시간만 도망갔다 다시 달려들어 하는 수 없이 모기가 물던 말던 숨을 몰아쉬며 사진을 찍기로 했다.


무더기로 핀 대흥란은 그 모습이 너무 화려하고 아름다워 어느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모르겠고 어느 각도에서 촬영을 해야 예쁜 모습을 사진으로 담을지도 알 수 없는 멋진 군락이었다.


한동안 쉬지 않고 촬영을 하고 나니 모기의 습격으로 온몸은 간지럽고 배고픔과 목마름으로 더 이상은 무리인 듯하여 촬영을 마치고 장비를 챙겨 들었다.


이 대흥란 자생지는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 제법 알려진 장소라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하는데 제발 이 모습 그대로 훼손 없이 내년에도 만나길 바라며 집으로 돌아왔다.


10여일 후 지인에게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대흥란 군락지 인근에 대흥란 백화가 피었는데 꽃이 질 것 같아요. 시간 내서 지기 전에 한번 다녀오세요
이번에는 스프레이 모기약과 생수도 한통 챙겨서 일정을 조절하여 다시 대흥란을 만나러 출발이다.


대흥란이 군락을 이룬 장소에 도착을 했다.
그리곤 다리에 힘이 풀린다.
그 화려하고 예뻤던 대흥란 군락지는 어느 몰상식한 사람에 의하여 웅덩이가 생길 만큼 몽땅 #남채 가 된 상태였다.

대흥란은 #부생식물 ( #腐生植物 )이다.
뿌리도 잎도 없는 식물로 광합성을 할 수 없고 버섯균과 공생하며 양분을 얻어먹고 살아가는 식물이다.

그런 이유로 대흥란은 채집을 해서 재배하거나 기를 수 없는 식물이다
.
누구도 못 기르지만 나는 기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재배 기술이 좋고 특별한 재주가 있어서 기를 수 있다.’
라는 생각으로 귀한 대흥란을 남채하여 가겠지만
대흥란을 비롯한 부생식물은 연구기관이나 재주가 뛰어난 재배가라 할지라도 절대 기를 수 없는 품종이다.


이번에 군락을 훼손한 몹쓸 인간이 이 글을 읽는다면 다른 사람에게 대흥란은 절대 기를 수없는 품종이라고 홍보하는데 남은 생을 걸었으면 좋겠다.
.
제발 어느 누구든 혹시 나는 기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날 아픈 마음으로 대흥란 백화를 찾아 산을 돌아서 꽃이 지고 있는 것을 힘겹게 만나 사진으로는 남겨 왔다.
대흥란의 큰 군락을 잃은 것 때문인지 #백화 를 만나도 즐거운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그나마 한두포기씩 자라고 있는 대흥란을 찾은 것으로 위로를 하며 이것들이 남채 없이 늘어나길 바라며 산을 내려왔다,


자료를 정리하다 보니 대흥란의 학명을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Cymbidium_macrorrhizum 으로 표기하고 있었다.
대흥란의 학명은 #Cymbidium_macrorhizon 이니 이 또한 정리가 필요할 듯 하다.


땀으로 목욕하며 대흥란을 만난 무더운 여름날의 씁쓸한 기억을 전해본다.
.

#행자부_신지식인_04_11

#농림부_신지식농업인_162

#태극화훼농원

#한현석

.

.

#청주지역 #야생화농원 #태극화훼농원 #야생화판매 #한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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