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힐 무렵 다시 찾은 ‘자주쓴풀’
(월간 난세계 2023년 1월호 : 연재 연속 번호 157번째 이야기)
도시 인근에서 생활하다 지금의 청주 지역에서도 인적이 드물고 한적한 시골로 농원을 이전한 것도 30년이 되어 간다.
처음 이 한적한 시골로 이전했을 때는 주변의 산야도 전형적인 시골 모습이었기 때문에 모든 일상이 추억 속의 과거 모습이 많았던 것 같다.
요즘이야 시골도 모든 것이 편리하게 변했고 문화생활 등이 도시와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도시나 시골의 차이는 사라져버린 것이 요즘의 #시골 현실이다.
처음 이 지역으로 생활 터전을 이전했을 때는 시골의 여유로움과 함께 주변을 걸어가며 다양한 야생화들을 감상할 수 있었고
약간의 수고로 야생화들의 종자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흔하고 별다른 수고도 없이 야생화들을 감상하고 사진기만 들고 나가면 원만한 식물들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는데
어느 때부터 인가 정비사업으로 도로는 좋아졌지만 도로 주변에 자라던 식물들도 사라져버렸고
산 역시 숲이 우거지거나 벌목 등으로 숲이 변하며 흔하던 식물들이 사라졌다.
시골로 이사한 초기에는 꽃을 기르는 농원이 생겨서 그런지 시골 분들이 #야생화 를 캐서는 들고 와서 선물이라며 전해주는 인심도 있었고
이름을 물어보려고 들고 오는 일들도 흔했었다.
어느 날인가 추수가 끝나갈 무렵 막걸리 한잔에 흥이 오른 동내분이 한 무더기 꽃을 움켜쥐고 농원을 찾아왔었다.
그분의 손에는 보라색이 아름다운 #자주쓴풀 #Swertia_pseudochinensis 이 들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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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 관심이 없던 이분은 꽃 농원이 동내에 생기며 꽃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들판에서 일을 마치고 주변을 둘러보다 자주쓴풀을 처음 만나게 된 것 같았다.
캐온 장소를 물어 장소를 알아 두고는 다음 날 시간을 내서 카메라를 들고 자주쓴풀의 자생지를 찾아갔었다.
아무도 찾지 않는 길가에 접한 산의 초입에는 자주쓴풀과 #구절초 가 작품처럼 멋들어지게 어울려 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리저리 꽃을 골라가며 사진을 찍고 돌아왔고 그 이후에도 자동차를 타고 일을 보러 가면서도 우리 마을 인근의 길가에서 자주쓴풀을 볼 수 있었다.
그 이후 흔하게 볼 수 있는 야생화라는 생각으로 별 관심을 주지 않고 지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야생화 사진을 자랑하는 공간에
가을이면 자주쓴풀 사진이 올라왔고 그 사진을 감상하는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는 것을 보면서 저 흔한 식물에 이런 반응이 맞는 것인지 의심이 들었다.
지난해 가을 자주쓴풀을 찾아 동내를 돌아봤다.
이런 어이없고 터무니없는 일이 있나? 자주쓴풀은 길가나 산의 숲이 우거지며 환경이 변한 우리 동내에서는 한 포기도 발견할 수 없었다.
결국 자주쓴풀을 만나거나 사진을 촬영하려면 몇 시간씩 자동차를 타고 먼 길을 가야만 만날 수 있는 야생화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자주쓴풀을 만나겠다고 시간을 할애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냥 추억 속의 식물로 간직하고 있었는데
올해 지인분이 자주쓴풀 자생지를 알려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먼 길을 떠날 수 없어 정중히 거절을 했더니 잠깐이면 된다는 것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카메라 가방을 챙겨서 자동차에 올라앉았다.
1시간도 걸리지 않아 자동차는 산의 초입 길가에 멈춰 섰다.
길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산속에서 자주쓴풀은 무리 지어 나를 향해 손짓을 하고 있었다.
얼마나 반갑고 황홀한지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고 자주쓴풀을 사진으로 남기는 시간은 즐거움보다는 흥분의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추억 속에 남아 있고 이제는 그 추억 속에서 지워질 무렵 지인의 도움으로 다시 만난 자주쓴풀의 군락지는
젊은 시절 꽃을 찾아 돌아다니던 그때로 나를 돌려 놓은듯했다.
자주쓴풀은 숲이 우거지면 사라지는 식물이다.
거기에 더하여 이 품종은 #2년초 이다.
씨앗이 떨어진 첫해 1년은 여린 잎만 자라고 긴 겨울을 보낸 이후 따스한 봄과 무더운 여름을 보낸 후에 가을이 되면 꽃을 피우는 식물이다.
꽃이 핀 자주쓴풀은 씨앗을 맺고는 식물 전체가 말라 죽어 버리는 품종이다.
씨앗이 떨어져 발아하지 못하거나 2년 차가 되기 전에 환경이 변하거나 주변 환경이 변하여 그늘진 장소가 되면 자주쓴풀은 그 자리에서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된다.
꽃이 예쁘다고 꽃이 핀 자주쓴풀을 캐와도 결국 생명을 다한 포기이기 때문에 살릴 수 없고 씨앗을 뿌려도 2년을 관리해야 꽃을 감상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주쓴풀을 기르기는 매우 어렵다고 봐야 한다.
자주쓴풀의 자생지 환경을 위하여 주변의 풀이나 나무를 훼손하거나 관리할 수도 없으니 환경이 변하지 말기를 기대할 수 밖에 없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추억 속의 자주쓴풀을 만나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자생지가 오래도록 남아 있기를 빌며 돌아올 무렵
장비를 정리하다 보니 야생화 촬영에 필수적인 #앵글파인더 가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요즘은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도 비싼 촬영 장비를 잃어버리고 장비를 찾아보겠다고 산속을 미친 듯 뛰어다녔지만 찾을 수 없었다.
추억 속의 자주쓴풀은 찾았고 늘 사용하는 장비는 잃어버리고 세상은 또 이렇게 돌고 도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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