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연속 번호 108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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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데도 알아봐주지 않는 ‘수까치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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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이면 연례행사처럼 홈페이지, 문자, 카카오톡등 각종 연결수단으로 질문이 들어오는 식물이 있다.
너무 흔한 풀인데도 매년 반복되는 질문이 오히려 나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식물중 하나로 산의 초입이나 들판의 밭둑 인근에 흔하게 무리지어 자라는 1년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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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식물의 이름은 ‘수까치깨(Corchoropsis tomentosa)’라는 품종인데 꽃은 7~9월에 노란 꽃을 피운다.
독특한 이름 때문에 발음도 시원치 않아 약간씩 표기가 다른 경우가 생기는 식물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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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흔하게 자라는 풀인데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이유를 그동안은 1년초이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려지지 않은 이유를 이번에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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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까치깨에 대한 글을 쓰려고 사진을 뒤적여 보니 흔하다는 이유로 꽃 사진이 두어장 뿐이었다.
그까짓 것 흔한 식물이니 아침에 잠깐 나가서 사진 찍어오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집에서 30~40분 떨어진 장소로 자동차를 타고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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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수까치깨가 군락을 이루고 자라는 장소로 사람들의 왕래가 없는 한적한 곳이고
구불구불 좁은 길이 산까지 쭉 이어진 적막감이 가득하게 자리 잡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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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수까치깨 군락이 어디 갔지?”
좁은 산길을 천천히 자동차를 몰아가며 주변을 살펴도 그 흔한 노란 꽃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잡초로 취급하는 식물이라 누군가 뽑아간 것도 아니고
한적한 산길에 제초제를 뿌린 것도 아니고
주변 환경이 달라져 식생이 변한 것도 아니다.
거기에 더해 키는 60~80cm로 큰 편에 속하는데 수까치깨의 꽃을 볼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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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스러워 자동차를 적당한 장소에 세우고 카메라를 들고 산길을 걸어봤다.
길가에는 참깨 잎을 축소한 것과 비슷한 수까치깨가 흔하게 자라고 있는데 꽃이 핀 것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군락이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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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지금 한창 꽃이 피는 개화기인데 꽃이 왜 없지?”
이리 저리 살펴봐도 씨앗은 매달려 있는데 꽃이 핀 것을 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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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하지? 다른 곳 어디에 군락이 있었지?”
고민에 고민을 하며 길을 걷다가 한 무더기의 꽃이 핀 수까치깨 무리를 만나게 되었다.
이리 저리 사진을 찍고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자동차를 향해 걸어가는데
걸어왔던 길가에 노란 꽃이 여기저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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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한적한 산속에 혼자 들어와 미친놈처럼 수까치깨 찾다가
무엇인가에 홀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분명 좀 전에 걸어갈 때는 없던 꽃이 지천에 피어 있으니 말이다.
자동차에 도착하여 산속의 나무들을 바라보며 무엇에 홀린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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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젠장~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하더니...”
나름 식물에 대한 지식이 많다고 자부하던 나 였지만 흔한 식물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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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까치깨는 햇살이 퍼지고 온도가 높아져야 꽃을 피우는 품종이었다.
이런 식물을 부지런히 아침에 잠깐 나가서 사진을 찍으려 했으니 꽃을 볼 수 가 없었던 것이다.
뒤통수 맞은 기념으로 누가 이기나 군락에서 꽃을 살펴봤다.
한낮 이글거리는 태양빛에 온도가 높아지고 허기지는 점심시간이 지나갈 무렵
높은 온도와 햇살에 꽃잎이 망가지며 수까치깨의 꽃들이 시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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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꽃 이름 물어보던 분들의 심정을 이번에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흔한 품종이지만 꽃이 예쁘게 피어있는 시간이 길지 않으니
예쁜 모습을 볼 수 없고 예쁜 모습을 발견한 분들은 그 모습에 반해서 사진 찍어 질문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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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까치깨는 지난 호에 이어서 이름 바꾸자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식물이기도 하다.
일본에서 烏の胡麻(오노호마) 즉 까마귀깨라고 부르는데 우리는 수까치깨라고 부르니 일본의 잔재로 이름 바꿔야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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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그 단체의 생각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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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는 光果田麻(광과전마)라고 하는데 해석은 어렵지만 일본과 같이 이름 뒤에 麻(마)를 사용하고 있다.
해석은 ‘깨’이니 한,중,일. 모두 검은 열매가 깨와 같다는 의미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무조건 까마귀를 까치로 변화한 것이니 바꾸자는 것은 억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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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더해 우리는 ‘까치깨’도 아니고 ‘수까치깨’이다.
구전되는 말에 의하면 까치깨의 앞에 붙은 ‘수’는 열매의 모양 때문에 ‘숫놈’이란 의미를 더한 것이라는 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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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놈이란 의미가 들어 있으니 성차별적이고 부르거나 듣기 민망하다고
또 바꾸자는 억지를 부릴 것을 걱정했는지 옛 어른들이 까치깨의 종류를 3종으로 구분지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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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깨, 수까치깨, 암까치깨. 이렇게 구분해 두었으니 수놈 암놈으로 시간낭비는 하지 말고 날짐승 이름이 들어있으니 일본말이다. 라고 우기지 말아야 한다.
麻(마) 즉 깨라는 글자를 사용하니 혹시라도 중국잔재 라고 우기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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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사항으로 한줄 더 요약하면
까치깨는 꽃받침이 젖혀지지 않고 수까치깨는 꽃받침이 뒤로 젖혀지는 것으로 구분하고 있으니
돌아오는 여름에는 노란 꽃이 핀 녀석 꽃받침도 살펴보며 이름을 구분해 보면 좋을 듯하다.
거기에 하나 더
수놈이란 의미의 열매 모양도 살펴보면서 웃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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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화훼농원 한현석)
( www.tkha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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