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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사진

매화노루발(월간 난세계 2019년 8월호)

by 태극농원쥔장_한현석 2019.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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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에 심어 가꿀 수 없는 매화노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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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난세계 20198월호 : 연재 연속 번호 121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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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시작되는 6월이면 꽃을 피우는 식물 중 꽃을 촬영하는 사진가들에게 인기 높은 품종이 있다.

가끔 출장 가는 시기와 개화기가 맞아 떨어지면 사진을 찍어왔었던 안면도의 자생지에 꽃이 피었다고 올해는 주변의 사진가들께서 함께 촬영을 가자고 한다.

그러지 않아도 오래도록 안면도의 자생지를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는 큰 맘 먹고 가볼 요량이었는데 겸사겸사 잘 된 일이기 때문에 두말하지 않고 약속을 잡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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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야생화는 전국의 산에 비교적 흔하게 자라는 품종인데 일부러 몇 시간씩 자동차를 타고 안면도까지 촬영을 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잘못된 정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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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단단한 잎이 매력 있는 야생화인 ‘#매화노루발(Chimaphila japonica)’은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대부분의 블로거들이 자생지를 바닷가의 숲속이라 표기하고 있는데 이것이 정설(定說)처럼 굳어진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다른 이유로는 #매화노루발과 근연종인 #노루발()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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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노루발은 꽃대하나에 꽃이 1송이 혹은 드물게 2송이가 피어나는 #11(一莖一花)이고 노루발은 꽃대하나에 여러 송이의 꽃이 피는 #1경다화(一莖多花)로 숲속에서 두 품종을 만날 경우 매화노루발은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고 노루발의 꽃만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육지 내륙에는 매화노루발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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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1송이가 피는 매화노루발의 개화기가 짧고 여러 송이의 꽃이 피는 노루발은 개화기가 길기 때문에 숲속에서 꽃을 만나고 볼 확률도 매화노루발이 적다보니 내륙에는 노루발만 자라는 것으로 잘못된 확신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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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하면 안면도의 매화노루발은 다른 식물이 자라지 못하는 #솔숲 에 매화노루발만 무더기로 자라서 꽃을 피우고 있기 때문에 쉽게 눈에 띄기도 하고 사진 촬영에도 걸리적거리는 것이 없으니 이보다 좋은 #촬영장소 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보니 매화노루발의 개화 소식이 전해지면 너나 할 것 없이 안면도로 카메라를 둘러매고 달려가게 되고 자생지는 바닷가 숲속으로 굳어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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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노루발의 특징을 살펴보면 이 식물은 반 그늘진 숲속에서 사철나무의 작은 잎처럼 생긴 넓은 피침형의 단단한 잎을 가지고 있으며 상록의 다년생식물이기 때문에 겨울철 눈 속에서도 푸른 잎을 감상할 수 있고 초장은 5~10cm 내외로 작은 편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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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는 짧지만 낙엽 사이에서 옆으로 약간 누운 형태로 자라는데 이런 특징보다 우선하여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매화노루발은 땅속의 곰팡이류와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반부생식물(半腐生植物)이기 때문에 땅속의 곰팡이 균이 죽게 되면 서서히 세력이 떨어지고 결국 죽어 버리는 식물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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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특성을 모르는 사람들이 산속에서 매화노루발이 꽃을 피운 것을 만나고 그 예쁜 모습에 반하여 식물을 뽑아 오는 경우가 있지만 곰팡이 균을 살리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매화노루발도 죽이는 일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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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도로 촬영을 갔던 날도 어느 사진가가 투덜거리는 소리를 듣게 되었는데 지난해 예쁘게 자란 무더기를 촬영했었는데 올해는 그 포기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미루어 짐작해보면 누군가가 화분에 심어 관상용으로 사용하려고 뽑아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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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생지의 매화노루발은 화분에 심어 가꿀 수 없는 식물이라고 방()이라도 써 붙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공연히 살릴 수도 없는 식물을 뽑아가서는 사진 촬영도 못하게 하고 식물도 죽이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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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하는 생각에 인터넷을 뒤적거리다보면 노루발의 한가지 품종인 분홍 꽃이 피는 ‘#분홍노루발#일약초(一薬草) 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분홍노루발은 백두산인근, 몽고, 일본의 홋카이도 등에 자라는 식물인데 어느 곳에서 수입된 것인지 모르지만 일본에서 사용하는 한자를 그대로 #유통명 으로 하여 판매하는 것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노루발의 무리들은 모두 반부생식물인데 이것을 어떻게 기를 것인지 재배 설명은 어떻게 할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고 이것을 구입해서 기르는 분들이 식물이 죽었을 때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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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우리나라에서는 분홍노루발로 부르도록 정해져 있는데 무슨 이유로 일약초라 부르는지 궁금하다. 매화노루발도 일본에서는 #매립초(梅笠草) 라고 부르는데 나중에 매화노루발도 이름을 바꿔 판매하지 않을까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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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정리해보면 노루발 종류는 모두 반부생식물이기 때문에 화분에 심어 가꾸기에 무리가 있는 식물이다. 간혹 1~2년 정도 화분에서 잘 기르고 있다고 재배기술이 좋은 것처럼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잘 기르는 것이 아니고 우연히 곰팡이 균이 흙속에서 살아 있어서 노루발 종류가 버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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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유로 화분속의 곰팡이 균이 죽게 되면 그와 함께 노루발 종류도 죽게 된다. 절대로 산에서 뽑아와 재배 연습 하지 마시고 노루발 종류는 그냥 자생지를 찾아 감상하고 즐기는 것으로 만족하시길 바란다. 노루발 종류는 절대로 화분에 심어 가꿀 수 없는 품종이기 때문이다.

 

올해 사진 소재였던 매화노루발이 자생지에서 좀 더 큰 포기로 자라 있기를 바라며 내년 개화기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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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부신지식인 04-11

#농림부신지식농업인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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