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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사진

여우구슬 (월간 난세계 2023년 11월호)

by 태극농원쥔장_한현석 2023.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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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고 싶어 안날이 났던 여우구슬

(월간 난세계 202311월호 : 연재 연속 번호 164번째 이야기)

 

사람은 누구나 같은 마음일 것이라 생각한다.

난초를 취미로 하는 #애란인 이라면 지인이 기르는 멋진 품종을 본인도 길러보고 싶거나 그보다 좀 더 좋은 품종을 들이고 싶어 할 것이고

사진이 취미인 사진가라면 지인이 촬영한 훌륭한 사진을 보면서 그와 비슷한 사진이라도 만들려 노력할 것이다.

사실 이런 이유로 각각의 취미계는 발전해 나가는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사람의 심리한 의도 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때도 많은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지인이 내가 기르고 있는 귀한 품종을 구하려는 의도가 보이면 격려를 하면서도 한쪽으로는 제발 같은 품종의 입수가 어려워지길 바라는 경우도 있는 듯하고,

#사진가 의 경우도 내가 촬영한 장소나 사물을 지인이 촬영하는 것에 응원을 하는 반면 그 장소의 촬영에 문제가 생기거나 촬영할 사물이 없거나 만나지 못하길 바라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

 

오래전부터 주변의 사진가들이 촬영 여행을 다녀와서는 오순도순 모여 앉아 여행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었다.

그들은 #남부지방 으로 촬영을 다녀온 것이고 자신들이 촬영한 사진들을 둘러보며 칭찬도 하고 사진에 대한 비평과 정보 나눔 등으로 즐거운 시간을 만들고 있었지만 나는 그 대화에 끼어들 수가 없었다.

늘 바쁜 일정에 발목이 잡혀 남부지방으로 떠나는 촬영 여행에 동참할 수가 없으니 그들의 이야기는 그저 방청객처럼 들어주는 것으로 만족을 하면서 혹시 모를 남부지방으로의 출장을 대비하여 다녀온 장소를 정확하게 이야기하거나 지도 등에 표시해 줄 것을 부탁하지만 거의 대부분 주변 지역은 이야기하면서도 정확한 포인트의 표시는 두리뭉실하게 하는 바람에 남부지방 출장이 생겨도 그들이 촬영한 장소를 찾아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되어 버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원인을 미루어 짐작해 보면 자신들이 먼 길 떠나 만들어온 사진을 많은 사람이 가지는 것에 대하여 흔쾌한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정보 나눔을 거절하기도 어려우니 대충 얼버무리며 지내는 것이고 그 마음 이해를 못 하는 것도 아니니 아쉬움은 남지만 그들에게 불만을 가질 이유도 없는 것이다.

 

이렇게 부러움을 가지며 나는 언제 그들이 만난 식물을 만날 수 있을까 궁리를 하다가 주변에 접사 촬영을 취미로 하는 지인들에게 기회가 되면 식물정보를 제공해 달라고 부탁을 한 적이 있었다.

 

무더운 여름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지난번에 여우구슬 촬영하고 싶다고 했었지요?”

부탁한 것이 기억나서 연락을 주셨다고 하신다.

네 말씀을 드리긴 했지만 요즘 제가 시간이 없어서 남부지방으로 촬영을 가긴 어렵습니다만 포인트를 알려주시면 감사히 체크 해 두겠습니다.”

지인의 웃음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전해진다.

 

남부지방은 뭔 남부지방이냐는 것이다.

#중부지방 이고 그것도 멀지 않은 장소이고 지인께서 어제 일부러 상태 확인을 다녀 오셨다는 것이다.

지금 한창 꽃도 피고 열매도 달고 있으니 다녀오라고 하시며 주소 하나를 넘겨주셨다.

 

다음날, 오전 일을 마치고 전달받은 주소를 네비게이션에 입력을 하고 예쁜 여자 목소리의 안내를 따라 달려갔다.

한적한 지방도의 밭둑에서 안내가 종료되고 차에서 내려 주변을 살펴보니 홀리고 싶어 안달이 났던 #여우구슬 ( #Phyllanthus_urinaria )이 눈앞에서 나를 홀리고 있었다.

남부지방까지 먼 길 달려가야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여우구슬은 중부지방의 한적한 길가 밭둑에서 나를 반기고 있었으니 세상에 이보다 반가울 수 없는 일이었다.

 

여우구슬은 1년생 식물로 잡초로 여기는 풀이다.

예전에는 약용으로 사용했다는 글은 있지만 자주 사용하던 것도 아닌 듯하니 누가 뭐라 해도 잡초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야생화 에 대한 관심과 이것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며 여우구슬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식물이 되었고

식물 사진 찍는 것을 취미로 한 사진가들의 눈에는 여우구슬의 열매 달린 모습은 매우 아름다운 사진의 소재로 취급되고 있다.

 

주변의 사진가들이 여우구슬을 촬영해 와서는 자랑을 하게 되면 실물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결국 여우구슬에게 홀리고 싶어 안날이 나게 되는 것이다.

안달이 난 사진가는 여우구슬의 자생지를 알고 싶어 지인들에게 부탁을 하지만 시원스럽게 자생지를 알려주는 경우가 드물다 보니 배앓이를 하게 된다.

 

남부지역의 여우구슬은 자생지에 잡초들이 자라며 환경이 변한 결과 그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이번에 다녀온 중부지방의 자생지는 도로 확 포장으로 대부분이 사라지고 현재는 도로와 밭의 경계 지역에 일부 자라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느 순간 이 작은 자생지 역시 환경이 변하여 사라질지 모르기 때문에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이리저리 살펴 가며 사진 촬영을 했다.

풀 속에 숨어 더위를 피하던 모기는 이것이 웬 횡재냐며 연신 팔다리에 들러붙어 식사를 하는 바람에 힘이 든 시간이었지만 여우구슬에 홀린 시간은 즐거움이 가득했던 것 같다.

 

여우구슬은 흐리거나 밤이 되면 잎을 오므리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오무린 잎의 아래에 매달린 열매는 눈을 즐겁게 하기에 손색이 없지만 열매의 크기는 고작 2~3mm 로 매우 작다.

꽃의 크기도 너무나 작아 맨눈으로는 별 모양의 예쁜 꽃을 감상하기는 어렵지만 눈에 힘을 주고 살피거나 #접사렌즈 를 통해 보면 반하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이다.

 

중부지방의 여우구슬은 찬 기운이 감도는 요즘 잎에는 단풍이 들고 열매는 붉게 익어 있을 것이다.

1년생 잡초이니 누군가 뽑아갈 일은 없겠지만 줄지어 매달린 열매가 많이 퍼지고 주변 환경도 더 이상 변하지 않아 여우구슬 군락이 만들어지길 바라고 있다.

돌아오는 무더운 여름 다시 한번 여우구슬의 멋진 모습에 홀리러 떠날 계획이기 때문이다.

 

#행자부_신지식인 04-11

#농림부_신지식농업인 162

#태극화훼농원

#한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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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지역 #야생화농원 #태극화훼농원 #한현석 #야생화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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