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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사진

흰뻐꾹나리 (월간 난세계 2024년 2월호)

by 태극농원쥔장_한현석 2024.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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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세판 만에 만나게 된 흰뻐꾹나리

 

(월간 난세계 20242월호 : 연재 연속 번호 166번째 이야기)

 

요즘의 여름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 사람들의 삶을 매우 힘들고 어렵게 하는 것 같다.

지구의 온난화가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특별히 이런 것을 비켜 지날 수 없으니 여름이면 더위를 피해 에어컨 바람이 잘 들어오는 장소에 숨을 죽이고 앉아 여름이 지나길 바라게 되는 것 같다.

 

확실히 매년 여름의 온도가 높아지고 있어서 그런지 산속의 야생화들도 개화기가 변하는 일도 있고 온도 때문인지 군락지가 사라지는 일들도 많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치고 힘든 무더위가 숨을 쉴 수 있을 정도로 살짝 기온이 변하는 계절이 되면 산속에서는 늦여름 꽃 혹은 이른 초가을의 야생화들이 꽃을 피우게 된다.

 

여러 가지 #야생화 품종들이 계절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릴 무렵이면 산속 계곡 주변의 시원한 음지에서 꽃을 피우는 야생화가 있으니 꽃의 모양도 독특한 뻐꾹나리가 그것이다.

#뻐꾹나리 는 꽃의 모양 때문에 야생화를 촬영하는 사진가들에게 인기 있는 품종으로 이 품종이 꽃을 피우면 산속 계곡 주변을 서성이는 사진가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계곡 주변의 모기들은 때맞춰 포식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그들은 뻐꾹나리를 촬영하여 꼴뚜기를 만나고 왔다.’며 인터넷 세상에 꽃 소식을 알리게 되는데

아주 간혹 몇몇 사람들은 뻐꾹나리의 꽃에 변이가 생겨 꽃 색이 흰색으로 피는 #흰뻐꾹나리 를 촬영하여 공개하는 일도 있다.

그 사진을 접한 사람들은 장소를 알고 싶어 안달이 나지만 훼손이 염려스러워 촬영한 사람들은 서로 간에 쉬쉬하며 장소 공개를 하지 않기 때문에

흰뻐꾹나리를 만나고 싶거나 촬영하고 싶은 사람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일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생태사진가 로 활동하고 있는 나 역시 몇 해 전부터 이 흰뻐꾹나리를 만나고 싶어 안달이 나긴 했지만 누구에게도 자생지를 알려달라는 부탁을 하지 못하고 입맛만 다시고 있었다.

 

아마도 6년 전쯤인 것 같다.

지나던 사진가 한 분이 막연하게 흰뻐꾹나리를 촬영한 산을 알려준 적이 있었다.

카메라 가방을 챙겨서는 홀로 산행을 나갔던 적이 있었지만 산이라는 곳이 주변의 편의점을 찾는 것도 아니고

산속 어디에 흰뻐꾹나리가 있는지 알 수는 없는 일임을 알면서도 혹시나 운이 좋아 우연히 만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산속을 이리저리 돌아봤지만 땀만 원 없이 흘리고 산 모기들의 먹거리만 제공하고 돌아왔었다.

 

또 시간이 흘러 3년 전쯤으로 기억된다.

가까이 지내던 사진가분이 흰뻐꾹나리의 자생지를 어렵게 알게 되었다고 촬영을 가자고 한다.

망설임 없이 가방을 들고 따라나섰다.

도착한 산속에는 뻐꾹나리가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계곡 주변의 산속이라 하지만 떠나기 싫은 무더위는 숲속에 자리를 잡고 촬영온 우리 일행을 가만두지 않았다.

땀 범벅을 하고 군락을 이룬 뻐꾹나리 속에서 흰뻐꾹나리를 찾겠다고 온 산을 이리저리 돌며 경우에 따라서는 무릎으로 산을 기어가며 찾았지만 흰색으로 피어 있는 뻐꾹나리는 찾을 수 없었다.

 

알려준 분이 잘못 알려준 것 아닌가요?”

일행에게 질문을 했더니 이 장소가 확실하다고 한다.

진입한 산길도 알려준 그대로였고 주변의 지형도 맞다는 것이다.

그 이후로도 한동안 돌아봤지만 결국 흰뻐꾹나리를 만날 수는 없었고 허탈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와 다시는 흰뻐꾹나리를 만나러 가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찬물 샤워를 하고 속을 달래려고 찬물 한 그릇을 마셨었다.

 

지난해는 유독 무더위가 심한 여름이었었다.

에어컨을 끼고 살다가 거리를 조금 뗄 때 쯤 인터넷 세상에는 또 다시 흰뻐꾹나리의 소식이 조금씩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이 무더위에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서 왔노라고 찾아오셨다.

커피를 마시며 흰뻐꾹나리 때문에 고생한 이야기를 했더니만 쉽게 만나 촬영할 수 있는 소재는 아니라며 껄껄 웃으셨다.

그날 밤 그 지인분이 전화를 주셨다.

문자를 확인해 보라는 것이다.

전화를 받으며 확인한 문자 속에는 사진 파일 한 장이 들어 있었다.

내일 사진 속에 표기한 곳으로 달려가 보라는 것이다.

그 장소에 흰뻐꾹나리가 피어 있다며 꽃이 핀 것까지 확인하고 왔으니 지체하지 말라고 당부하신다.

 

어릴 적 읽은 동화 속 보물 지도처럼 사진 속 장소를 찾아 달려간다.

산속에는 간간히 바람 소리만 들리고 조용했다.

산길에 자동차를 세우고 장비를 들고 숲으로 들어간다.

나무가 다정하게 두 그루가 붙어 자라고 그곳을 지나 작은 바위들이 있고 큰 나무 아래를 살펴보라고 했었고 보물 지도를 해석하듯 주변을 살피며 알려준 산속의 장소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흰뻐꾹나리가 꽃을 피우고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었다.

 

가위바위보도 #삼세판 이라고 하더니 흰뻐꾹나리를 만나보겠다고 산을 뒤지고 다니길 삼세판만에 지인의 도움으로 드디어 만나고 말았다.

 

모기가 물던 말던 산속에서 얼굴을 땅에 처박기도 하고 배로 기어가며 흰뻐꾹나리 촬영을 한 결과가 원고 속 사진들이다.

습기가 있어서 바지가 눅눅해 짐을 느끼고 사진도 다양하게 촬영하고 장비를 정리하려니 두런거리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린다.

그 들은 흰뻐꾹나리를 몇 번이고 촬영했다고 하며 아쉽게도 해가 갈수록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흰뻐꾹나리의 숫자가 줄어드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몇 년이고 만나고 있다는 것을 보면 숫자가 줄어드는 것은 기후의 변화도 한몫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후 이 곳을 다녀온 지인의 말에 의하면 누군가 꽃을 꺾어 버려 올해는 더 이상 촬영이 어렵다고 하신다.

뽑아가는 사람들의 손길에 품종을 보호하려고 꽃을 꺾은 것인지 촬영을 혼자만 하겠다고 꺾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언제까지나 그 산속에서 흰뻐꾹나리가 영원히 무럭무럭 자라주길 마음속으로 빌어본 여름이 지나가던 어느 날의 일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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