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가 나타났다. ‘큰낭아초 백화’
(월간 난세계 2024년 3월호 : 연재 연속 번호 167번째 이야기)
본지에 지난번 연분홍색이 예쁘게 피어나는 큰낭아초를 소개한 적이 있었다.
처음 이 낭아초를 발견한 분은 흰 꽃으로 봤었고 그 장소를 찾아간 나 역시 흰색이라 생각했지만 사진으로 찍어 자세히 살펴본 꽃 색은 분홍색이 은은하게 들어 있는 연분홍의 꽃이라 심히 아쉬운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혹시 모를 순백색의 큰낭아초가 있지 않을까 하고 주변의 지인들에게 수배를 해 두었었다.
어느 날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몇 해 전 길가에서 지인의 지인분이 큰낭아초 #백화 를 발견하고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고 함께 다녀왔었다고 한다.
기억을 더듬어 그 장소를 찾아 살아 있는지 확인해 보겠다고 하셔서 내심 마음 졸이며 기다렸지만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제법 시간이 흐르고 지인분의 연락이 왔다.
도롯가에 자리 잡고 있던 나무는 주변 #잡풀 들이 우거진 이유인지 몇 번을 찾아가 살펴봤지만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혹시 다른 곳에서 소식이 들려오면 즉시 알려줄 것이니 기다려 보라는 것이다.
요즘은 #생태사진가 들이 많고 다양한 장소를 찾고 있기 때문에 분명 누군가는 발견하지 않겠느냐고 하신다.
요즘 큰낭아초는 도로를 만들기 위해 산을 깎은 절개지를 살펴보면 대부분 군락을 이루고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잔잔한 꽃이 피고 지지만 꽃의 크기가 작은 편이라 눈여겨 봐주는 사람들은 없는 것 같고 싸리나무와 비슷하기 때문에 싸리나무가 자라고 있다고 생각하고 흘려 지나기 때문에
흔한 나무이면서도 큰낭아초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흔한 것 같다.
절개지나 빈터등에 아무렇게나 무리 지어 자라기 때문에 큰낭아초는 잡초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화분이나 화단 한쪽에 심어 가꾸며 줄기를 다듬고 관리한다면 개화기가 길어 제법 볼만한 나무로 만들어 관상용으로 즐길만한 가치가 있는 나무이기도 하다.
우리 농원 주변 논들의 벼들이 푸른빛에서 누런빛으로 바뀌는 어느 가을 느낌이 드는 날 지인의 전화가 걸려 왔다.
드디어 큰낭아초의 백화 소식이 전달되어 전화를 주셨다는 것이다.
바쁘게 일하는 것이 아니라면 빠른 시간 안에 가 보라고 하신다.
다음날 카메라 가방을 챙겨 자동차에 싣고 전해주신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하고 달려간다.
세상에 이렇게 예쁜 목소리로 친절하게 안내하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내비게이션 속 아가씨가 최고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달려갔다.
한참을 달린 후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안내를 종료합니다.”라는 소리를 듣고 주변을 살펴본다.
안내된 장소는 주차를 할 수 없는 자동차가 달리는 길이었기 때문에 주차를 할 수 있는 장소까지 조금 더 달려서 주차를 했다.
콩콩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카메라를 둘러메고 달려온 길을 따라 걸어본다.
길가에는 #큰낭아초 가 자라고 있었지만 추석이 가까운 시기라 그러한지 도로 주변의 잡초 제거 기간인지 모르겠지만
#낭아초 의 가지들이 잘려있었고 잘리지 않은 아래쪽 가지에는 꽃이 피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참을 걸어 내비가 도착을 안내한 장소에 도착을 했다.
주변에는 잘려나간 큰낭아초의 가지들 사이에서 간간히 꽃을 볼 수 있었지만 흰 꽃을 찾을 수는 없었다.
다리가 아프도록 길가를 따라 오르내리며 나무 하나 하나를 살폈지만 결국 흰 꽃을 찾을 수는 없었고 허탈하게 집으로 돌아왔었다.
다음날 지인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찾았나요?” 힘없는 소리로 말씀드렸다.
“아니요, 나무가 잘려있어서 찾지 못했어요” 지인이 무슨 소리냐고 하신다.
어제 다른 분도 사진을 찍어 전송해 주었다고 하시며 아직도 피어 있다는 것이다.
주소 역시 틀림없는데 찾지 못했다니 말도 안 된다는 것이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는 다음 날 다시 한번 알려준 주소지로 달려갔다.
지인에게 죄송하지만 도착해서 주변을 사진으로 찍어 전송하고 장소를 특정해 달라고 했다. 지인의 전화가 바로 울린다.
“어? 맞는데...” 주변에 보이는 것이 자생지가 맞다는 것이다.
발밑을 살펴보라고 하시지만 역시나 발밑은 지난번 다리 아프게 살펴본 그곳이다.
잠시 후 지인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포털사이트에서 지도를 보면서 거리를 재보았다는 것이다.
어느 지점으로 가서 어느 방향으로 150m를 걸어가면 #백화 가 피어 있다는 것이다.
알려준 장소로 돌아가서 발자국을 하나 둘 세며 가 봤지만 역시나 그곳은 줄기가 잘려 나간 확인한 그 장소였다.
알려준 지인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이렇게 운도 없고 미련한 사람인가 하는 자책도 들어 집으로 돌아가려고 자동차로 향하는데 지인의 전화가 다시 울린다.
“있지요?” 직설적으로 물어 오시는데 창피함을 무릅쓰고 말씀 드렸다.
“못 찾았어요.” 어떻게 찾지 못할 수가 있느냐고 하시며 길을 걸어가며 본 것을 말해 보라고 하는데 서로 본 것이 다른 것을 느꼈다.
“뭐지?” 전화를 끊고 다시 살펴보겠다고 말씀드리고 ‘혹시...’ 길을 건너 출발하라고 알려준 지점으로 가서 알려준 방향으로 걸어본다.
150여 걸음을 걷는 눈앞에 큰낭아초의 백화가 달리는 자동차 바람에 흔들리며 휘청거리고 있었다.
결국 나는 그 동안 알려준 장소는 맞았지만 길 건너 쪽을 다리 아프게 돌고 또 돌고 머리카락 쥐어 뜯어가며 찾지 못해 화를 참고 자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이도 없고 허탈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마음을 진정하고 사진을 찍어 보려 하지만 차들이 달리는 장소이다 보니
예쁜 사진을 찍기는 힘이 들었고 차가 없는 시간을 기다려 겨우 몇 장의 사진을 찍어 올 수 있었다.
사람들의 왕래가 많지 않은 자동차 도롯가에 자라고 있으니 잡초 정리로 나무가 잘려 나가거나 잡초 취급당하여 뽑혀 버려지지 않는다면 사라질 것 같지 않으니
다시 한번 예쁜 모습의 귀한 큰낭아초 백화를 찍어 올 생각을 하면서 이렇게 만난 것도 행운이라는 생각으로 경쾌하고 예쁜 소리의 내비 아가씨의 안내를 받으며 돌아온 날이었다.
새순이 자라고 꽃이 필 시기를 기다리며 오늘도 마음속으로 외친다.
“딱 기다리고 있거라 큰낭아초 백화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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