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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사진

망개나무

by 태극농원쥔장_한현석 2024.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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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뺏겨 억울한 망개나무

(월간 난세계 20247월호 : 연재 연속 번호 169번째 이야기)

 

큰길을 막고 사람들에게 물어본다면 십중팔구는 잘못된 사실을 맞는 것으로 알고 대답을 할 것이다.

글을 읽고 있는 분들도 퀴즈 아닌 퀴즈에 참여해 보시라.

 

질문1, 망개나무를 아시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도 모를까 봐 질문을 합니까?”라고 할 것이다.

질문2, 망개나무를 본 적이 있습니까? 라고 한다면

비웃음과 함께 이놈이 나를 실험하나?’라고 할 것이다.

 

망개나무라고 하면 첫 번째 떠 오르는 것이 망개떡일 것이다.

보드러운 찹쌀 반죽에 달콤한 팥소가 들어 있고 정해지지 않은 모양이지만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망개떡을 첫 번째 답과 함께 머릿속에 그릴 것이다.

 

본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웃음이 절로 나올 것이다.

건강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고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차로 끓여 마시려고 망개 뿌리로 알려진 #토복령 을 캐왔으니 본적이 있는 것이 아니고 채집을 해 봤기 때문에 질문 같지 않아 웃음이 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이렇게 #망개나무 라고 하면 주변에서 흔히 접해보거나 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접하는 망개나무는 사실 #청미래덩굴 이란 식물이다.

정확하게는 망개떡도 망개 잎이 아닌 청미래덩굴의 잎이니 청미래떡이 되어야 하지만 습관이 된 것이라 바뀔 가능성을 없으리라 보여진다.

토복령 혹은 망개 뿌리라 부르는 것도 역시 청미래덩굴 뿌리라 불러야 하겠지만 한번 불리기 시작한 것은 좀처럼 바로 잡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몇 해 전 충청북도 지역의 산야에 자라는 식물에 대한 식생조사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조사목록에 떡하니 쓰여 있는 것이 망개나무였다.

이 문서를 읽는 순간 오래전의 일이 떠 올랐다.

누군가가 우리 농원을 찾아와서는 질문1과 같이 망개나무를 아느냐고 물었고 대답을 하기 전에 이미 속이 상해 버렸던 기억이 있다.

이 사람이 분명 나를 시험하는 것일 것이다.’ 흔해 터진 망개나무(청미래덩굴)를 모를까 봐 질문을 한다는 것은 나를 무시하는 처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속이 상한 나는 퉁명스럽게 답을 했었다. “저 앞산에 흔하게 자라고 있어요질문하신 분은 무엇인가 뒤적거려 사진 한 장을 보여 주었다.

 

이리저리 살펴봐도 도통 무엇인지 모를 나무 사진을 보면서 이것이 무엇이냐고 반문하니 그분은 이것이 망개나무라고 하는 것인데 한번쯤 실물을 보고 싶다고 하신다.

 

수소문해서 알아봐 드리겠습니다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동안 알고 있던 망개나무는 가만히 생각해 보니 청미래덩굴이었고 서적을 몇 권 뒤적거려 겨우 망개나무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망개나무 정보를 살피면 속리산 망개나무가 가장 유명한 것이라 하고 속리산은 농원에서 그리 먼 거리도 아니니 가까운 곳에 귀한 수종이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청미래덩굴과 망개나무는 다른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고 기억에서 서서히 사라질 즈음 식생조사 목록에 망개나무가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식생조사를 위하여 속리산 망개나무를 찾아가다 다른 지역의 식생도 살피려고 울타리로 둘러쳐진 곳을 들어가 수목을 살피다 발아래에 팥알 크기 정도의 붉은 열매가 떨어진 것을 발견했다.

이 열매가 무엇의 열매인지 위쪽 나무를 살펴보니 나뭇잎 위로 붉은 열매들이 보이는 것이다.

이것이 그 유명한 망개나무의 열매였고 돌아 나오며 보니 들러본 계곡이 망개나무 자생지로 자생지 일원이 #천연기념물 제266호로 보호 관리하는 곳이었다.

 

속리산의 망개나무를 만나러 가는 길에 우연하게도 망개나무의 최대 군락지를 방문하게 되었고 실물과 함께 몇 알의 열매도 채집할 수 있었다.

 

무더운 여름날 망개나무 실물을 본 것이 기뻐서 월간 난세계 독자들에게 즉시 망개나무를 소개하려 준비하다 보니 열매만 보여드리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다음 해 봄 망개나무의 꽃이 필 무렵 농장 일을 뒤로 미루고 자생지를 찾아갔지만 망개나무 자생지는 유독 추운 지역이라 그런지 꽃이 피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이후 몇 번의 방문으로 개화기에 망개나무 자생지를 찾아 꽃을 촬영할 수 있었는데 망개나무는 나무 직경이 20~30cm 정도만 되어도 나무의 높이는 10m 이상으로 높게 자라는 나무이고 꽃은 매우 작기 때문에 일반 카메라 렌즈로는 꽃을 선명하게 찍을 수 없어서 카메라와 렌즈의 무게가 7kg에 달하고 삼각대도 무거운 것을 들고 가야만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어 한 짐 챙겨 들고 작은 노란 꽃을 피우고 있는 망개나무를 찍어와 이제야 독자들에게 망개나무를 소개하게 되었다.

 

망개나무는 우리나라 전역의 것을 숫자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숫자가 적은 매우 귀한 나무이다.

군락을 찾아 살펴봐도 작은 묘목을 볼 수 없는 것을 보면 번식에도 무엇인가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남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비교적 깊은 산에 자라고 있고 작은 나무라 하더라도 높이가 수미터 정도로 크기 때문에 사람들의 눈을 피해 나무를 캐 옮기기가 어렵다.

걱정이라면 누군가 나무를 베버리는 것을 조심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자생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울타리로 보호하고 있으니 그런 일도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망개나무는 숫자가 적어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 같다.

자신의 이름을 다른 나무가 사용하고 있고 자신보다 더 유명하니 얼마나 억울할까 싶다.

귀한 나무로 알려져만 있지 특별히 사람들의 관심 대상도 아니니 이것도 분할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망개나무의 열매를 조금 주워와서 발아 실험을 해 봐야겠다.

만약 작은 묘목을 얻게 된다면 농원 마당 한쪽에 심어두고 오가는 분들에게 이것이 망개나무입니다.

청미래덩굴에 이름 빼앗겨 억울해하고 있습니다.라고 푯말이라도 써 붙여 줘야겠다.

 

이른 봄 노란 꽃을 피웠던 망개나무는 무더운 요즘 붉은 열매를 만들고 있을 듯하다.

시간을 만들어 망개나무 열매를 감상하러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는 무더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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