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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사진

자주족도리풀(월간 난세계2024년 8월호)

by 태극농원쥔장_한현석 2024.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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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색으로 유혹하는 자주족도리풀

 

(월간 난세계 20248월호 : 연재 연속 번호 170번째 이야기)

 

아지랑이 피어나는 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산속으로 #야생화 를 만나보겠다고 부지런히 달려가고 있다.

깊은 겨울 모든 것이 죽은 듯 황량하던 산속에 새싹들이 피어오르고 그 사이사이 겨울을 이기고 올라온 작은 야생화들이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어느 해인가 이른 봄 지인들의 연락이 왔었다.

새봄이 되었으니 산으로 야생화를 만나러 가 보자는 것이었다.

할 일은 잔뜩 나를 째려보고 있었지만 긴 겨울 동안 꽃 감상을 못했으니 하루쯤 일들을 뒤로 미루고 일행들과 산으로 달려갔다.

 

달려간 곳은 인적 드문 산속의 낮은 산으로 이곳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많지 않아서인지 다른 이유인지 알 수는 없지만 넓지 않은 장소에 다양한 봄 야생화들이 자라는 장소이다.

산의 초입부터 연한 녹색의 새싹들이 자라 나오고 있고 나무들도 새잎을 뾰족하게 내밀고 있어서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인적 드문 산길을 조금 걷다 보면 드디어 긴 시간을 기다린 오늘의 주인공이 눈앞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진한 색으로 산을 찾아온 사람들을 유혹하는 #자주족도리풀 이 그것이다.

 

자주족도리풀이라 불리게 된 것은 이른 봄 새순이 자라 나올 때 다른 족도리풀들은 녹색으로 올라오는 것에 반하여 #자주색 으로 자라 나오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혹은 꽃의 색이 진한 자주색이라 자주족도리풀이라 부른다고 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정보라 생각한다.

 

대부분의 #족도리풀 은 기본적으로 꽃 색이 진한 자주색으로 피어나기 때문에 자주족도리풀을 꽃 색으로 설명한다는 것은 잘못이고 새순의 색상을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맞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어찌 되었든 긴 겨울 동안 산속의 야생화 감상을 못해서 꽃 감상에 굶주린 사람들은 낮은 키의 자주족도리풀을 사진기에 담겠다고 연신 땅에 납작 엎드려 촬영을 하고 있다.

그 모습은 무엇인가 큰 잘못을 했거나 혹은 얼굴을 마주할 수 없는 영험한 무엇인가를 영접할 때의 모습으로 보여 늘 웃음이 새어 나온다.

하지만 남을 비웃을 일도 아닌 것이 내가 사진을 찍을 때는 주변의 일행들이 키득거리는 것을 보면 나 역시 웃기는 포즈로 땅을 기며 촬영하고 있고 그 모습은 우스꽝스러울 것이라 생각된다.

 

이른 봄의 야생화들은 웃음거리다 되던 말던 땅을 기며 카메라에 담는 것으로 겨울이 지난 것을 축하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주족도리풀이 필 무렵이면 수줍은 새색시처럼 보이는 #진달래 도 하나둘 피어나고 있어서 납작 엎드려 살펴보면 배경에 진달래가 자리한 사진을 만들 수 있으니 이것 또한 봄을 즐기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새봄을 만끽하며 만나는 자주족도리풀을 보는 것은 작은 행복이긴 하지만 늘 이 꽃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머릿속이 복잡해짐을 느끼게 된다.

 

자주족도리풀의 학명은 #Asarum_koreanum (J.Kim & C.Yook) B.U.Oh & J.K.Kim 로 표기하고 있는데 이 학명이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은 것인지는 저의 지식이 짧아 알 수는 없지만 다양한 정보를 취합해 보면 무엇인가 문제가 있어서 초기의 정보를 수정하여 다시 정리를 한 것으로 전해 지고 있고 그 정리 역시 최근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자주족도리풀이라 정리한 결정적인 이유는 잎은 자주색이고 꽃은 흑자주색이다라고 되어 있는데

자주족도리풀이 자라는 곳을 찾아 촬영을 하다 보면 잎의 색상이 자주색은 아니지만 꽃은 흑자주색으로 피는 것도 있고

어떤 것은 잎은 자주색이지만 꽃의 색상이 옅은 것도 볼 수 있다.

또 자주족도리풀의 자생지를 꽃이 질 무렵 찾아가 보면 잎이 자주색으로 나왔던 것도 녹색으로 변해 버린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결국 자주족도리풀이라 하는 것을 자생지에서 살펴보면 잎이 자주색으로 나오는 것이 많기는 하지만

녹색으로 나오는 것도 볼 수 있고

꽃의 색상 역시 흑자주색이라 하지만

색의 진하고 옅은 정도가 심한 차이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분명한 것은 개화기가 지나갈 무렵이면 자주색의 잎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대부분 일반적인 족도리풀과 같이 녹색의 잎으로 변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종합해서 살펴보면 자주족도리풀은 새순이 나올 때 분명 자주색으로 자라는 것이 있어서 구분을 할 수는 있겠지만 특별히 족도리풀의 변종으로 취급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한 무리의 자주족도리풀에서도 잎의 색상이 다르다면 어떤 것이 자주족도리풀이고 아닌 것이라는 것으로 구분을 해야 할 것이고

뭉뚱그려 잎의 색상이고 뭐고 그냥 같은 지역에 자라는 것은 자주족도리풀이라는 식으로 구분을 한다면 족도리풀만 하더라도 수도 없이 많은 품종들이 생겨날 가능성이 생기게 되고 셀 수도 없이 많은 학명이 지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주족도리풀이란 이름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 세세하게 이름을 만드는 것은 혼란을 줄 가능성이 있고 자연 발생적으로 특정 지역을 탐사하다 보면 분명 다른 곳과 조금은 다르다는 느낌의 것들을 만나게 된다.

이런 적은 차이는 지역의 특성이나 품종의 작은 차이 정도로 봐주는 것이 혼란스러움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매년 자주족도리풀을 만나러 가면서 드는 생각이다.

 

돌아오는 봄이 되면 이름에 대한 의문을 가지며 또 다시 #골짜기 를 따라 산속으로 발걸음을 옮길 것이다.

산속에서 새순을 올리고 있는 진한 자주색의 잎과 검은 꽃이 피는 자주족도리풀을 만나려고 말이다.

거기에 녹색의 잎을 올린 것도 덤으로 만나 눈맞춤을 하며 봄을 즐길 것이라 생각된다.

 

행자부 #신지식인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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