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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사진

산해박 (월간 난세계 2024년 9월호)

by 태극농원쥔장_한현석 2024.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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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에 꽃을 피우는 산해박

 

(월간 난세계 20249월호 : 연재 연속 번호 171번째 이야기)

 

2024년 여름은 살인적인 무더위로 사람들의 삶을 어렵게 하고 있다.

봄부터 이번 여름은 폭염이 예상된다고 예보했지만 설마 더워야 얼마나 덥겠어? 라고 생각을 했고

이른 더위에 사람들은 여름은 더워야 여름이지라고 하는 등 여유를 부렸지만 막상 견디기 어려운 폭염이 이어지면서 사람들은 더위에 지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열대야로 숨을 쉬기도 어려운 저녁에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매우 귀한 녀석을 촬영하러 내일 이른 아침에 출발할 예정인데 함께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군침이 도는 연락이었지만 공교롭게도 다음날은 폭염 속에서도 할 일이 있어서 다녀와서 장소나 슬쩍 전해주면 혼자라도 다녀오겠다고 했었다.

 

물론 장소 안내는 받았지만 이른 아침부터 폭염이 이어지고 있어서 좀처럼 촬영을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솔직히 이런 폭염 속에서도 어느 날인가 약간 시원한 날이 생길 것으로 예상을 하고 그런 날이 되면 바로 출발하여 귀한 녀석을 만나려는 얕은 꾀를 부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 더위는 그런 얕은 꾀는 통하지 않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어서 촬영을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마음속으로는 이러다가 귀한 녀석의 개화기가 지나 씨앗이나 감상하는 것은 아닐지 조바심이 나긴 했지만 폭염의 위력에 눌려 촬영을 갈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한참 지난 어느 날 폭염에 겁을 먹고 에어컨 바람이 불어오는 방에 들어 앉아 사색을 즐기고 있던 시간 다른 지인의 전화가 결려왔다.

‘“뭐하세요?”

더워서 그냥 쉬고 있습니다

지인은 땀 한 바가지 흘리고 산에서 내려오는 중에 전화를 한 것이라 하신다.

폭염에 건강 해치면 어쩌시려고 산행을 한것이냐 걱정을 했더니 지인은 귀한 녀석을 만나러 간 것이라 하신다.

 

귀한 녀석의 촬영도 좋지만 이 더위에 산행은 위험한 것이라 했더니 깊은 산은 아니고 도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야산이라 문제는 없었다고 하신다.

그리고 이어진 지인의 말씀은 지금 한창 꽃을 피우고 있으니 시간이 있다면 장소를 알려줄 터이니 다녀가라는 것이었다.

 

잠시 후 문자로 주소가 도착을 했다.

집에서 그리 먼 거리도 아니고 개화 상태도 좋다고 하시니 다음 날 무작정 출발할 계획을 하고 카메라 가방을 정리해 두었다.

 

이른 아침 긴바지에 긴팔 웃옷을 챙겨입고 모자도 하나 눌러쓰고는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고 알려준 장소로 출발을 했다.

 

야산 아래 도착을 하고는 큰 마음을 먹고 풀숲을 해치고 산 쪽으로 걸어본다.

이른 아침 이었지만 이미 폭염으로 올라버린 지온은 얼굴로 올라와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잠시 후 안내해준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폭염에 꽃을 피우고 사람들은 불러 모은 녀석은 #산해박 ( #Cynanchum_paniculatum )이라 불리는 야생화로 예쁜 것도 아니고 화려한 것도 아니지만 나름 독특한 생김과 멋을 부리며 꽃을 피우는 야생화이다.

 

산해박은 전국적으로 자생하는 품종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물을 만나거나 보기는 매우 어렵고

그런 이유로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로 알려져 있다.

예전에는 민간 약재로 사용되었다고 전해지지만 요즘은 산해박의 실물을 만나는 것이 행운이니 약재로 사용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되고

가급적이면 자생지를 보호하고 번식이 될 수 있도록 서로간에 보호가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산해박은 고약한 녀석이란 생각도 든다.

이 녀석은 한낮이 되면 꽃잎을 닫아 버리기 때문에 이른 아침에 도착해야만 활짝 핀 꽃을 감상할 수 있다.

게으름을 피웠다가는 별처럼 생긴 꽃을 보기는 어려워 부지런을 떨어야만 하는 품종이고 일부 생태사진을 찍는 사람은 무더운 시기에 피는 산해박을 찍기 위해서 비가 오는 날을 선택하여 자생지를 찾는 경우도 있다.

 

올해는 두분의 지인이 산해박에 대한 정보를 전해 주었기 때문에 힘을 덜 들이고 귀한 야생화를 촬영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정보를 얻지 않는다면 산해박은 만날 수 없는 품종이 되는 것이다.

무모하게 산해박을 만나보겠다고 무더운 시기에 무작정 산행을 하다가는 더위로 건강을 해칠 수도 있으니 무모한 도전은 삼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인의 도움으로 이른 아침에 도착하여 산해박을 이리저리 살피고 촬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흘러 무더위의 공격이 맹렬하다.

땀이 흘러 눈은 따갑고 뱀이 무서워 신고 있는 장화 속은 땀이 흘러 흥건하고 웃옷은 땀으로 몸에 칭칭 감기는 느낌이 들어 더 이상의 촬영은 어려워져서 철수를 준비한다.

 

장비를 챙기며 돌아본 산해박은 이 무더운 폭염 속에서도 흩어짐 없이 꼿꼿하게 서서 잔잔한 꽃을 흔들고 있다.

하나 둘 꽃을 닫는 것을 느끼며 산을 내려와 자동차에 가방을 던져 넣고 쏜살같이 자동차 에어컨을 최대치로 올려본다.

조금은 살 것 같다.

내려온 산으로 고개를 돌려본다.

산해박이 비웃고 있는 것 같다.

여름은 더워야 여름이지라고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번 여름은 더워도 너무 더운 여름이다.

제발 내년에는 이보다 시원한 여름이 찾아와 산해박을 만나 조금 더 여유롭게 촬영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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