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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사진

세뿔투구꽃 (월간 난세계 2025년 1월호)

by 태극농원쥔장_한현석 2025.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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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를 기다려 만나게 된 세뿔투구꽃


(월간 난세계 20251월호 : 연재 연속 번호 174번째 이야기)

 

만나거나 보고 싶은 식물이 있으면 볼 때까지 조바심이 들어 마음이 편치 못한 것이 병적인 것 같은 것이 필자이다.

이런 증상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진 것으로 국내를 넘어 외국의 식물까지 이어질 때도 있다.

무더운 여름이 지날 즈음이면 늘 보려고 마음을 쓰는 식물이 있는데 이 품종이 자생하는 장소를 모르니 그저 이곳저곳으로 연락을 하며 꽃이 피면 안내를 부탁하길 몇 년째 인 듯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무더위가 한풀 꺾일 때부터 사방으로 부탁의 전화를 해 두었지만 도통 연락이 오지 않아 조바심을 느끼고 있을 때 등산을 즐기는 손님의 문자가 왔다.

사진과 함께 이 야생화의 이름이 무엇이냐는 질문이었다.

 

문자 속의 사진을 보는 순간 웃음이 나와 큰소리로 웃고 말았다.

사진으로 전달된 품종이 몇 해를 두고 만나려 했던 것이었다.

사진 속에는 그토록 보고 싶었던 세뿔투구꽃이 찍혀있었고 꽃도 멋스럽게 피어있었다.

 

손님에게 식물의 이름을 전달해 드리고 장소를 물었다.

이름도 생소한 사찰을 알려주며 사찰 앞에서 찍은 것이라 하신다.

 

인터넷으로 무장한 우리나라 국민이란 것을 최대한 활용하여 흙 묻은 손을 바지에 문질러 털고 인터넷 세상으로 들어간다.

사찰의 위치를 검색하고 길 찾기로 연결하여 거리를 확인해 본다.

 

우리집에서 200km 떨어진 장소이니 왕복으로 400km를 운전해야 하고 등산까지 하려니 엄두는 나지 않았지만 오랜 기간 기다린 품종이 자라는 장소를 알았고 잘못하다가는 개화기가 지나갈 염려도 있어서 다음날 출발할 준비를 한다.

 

이른 아침 부지런히 장비를 챙겨 싣고는 달려간다.

급작스러운 출발이 아니라면 주변에 함께할 사람이 있는지 알아보고 함께 하며 말동무라도 하겠지만

급히 정해진 일이라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네비의 안내에 의존하며 몇 시간을 달려 도착했다는 안내와 함께 산속의 길가에 주차를 했다.

 

사찰이 위치한 장소를 알려주는 안내판은 있었지만 여느 곳과 다른 느낌이 들어 섣불리 산행을 하기가 주저스러웠다.

지인 찬스라고 했던가?

지인에게 전화를 해 보았다.

사찰의 이름을 불러주고 세뿔투구꽃을 찍으러 왔다고 전하며 주차장에서 사찰까지의 거리를 물었다.

 

전화를 받은 지인들은 한결같이 죽음의 코스라 전하며 멀지만 다른 길을 선택하라 하셨지만 초행길에 혼자 온 것이기 때문에 다른 길을 찾아 여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사실 여기서 지인의 안내로 자동차를 끌고 꾀를 부려 정상적인 등산코스에서 벗어난 길을 택했다가 자동차와 함께 큰일을 치를 뻔하고는 겨우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와 죽음의 코스라는 길로 접어 들었다.

 

이 길은 포장이 된 등산로이긴 하지만 아마도 경사도가 45도 정도는 되었던 것 같다.

열 걸음만 걸어도 하늘이 빙빙 돌고, 쉬었다가 다시 열 걸음쯤 걸어가며 숨이 턱에 걸려 더 이상 걸어가기 어려운 극한의 코스였다.

 

죽기 살기로 사찰에 도착하여 주변을 살펴보니 바위틈에 그토록 보고 싶던 세뿔투구꽃이 꽃을 활짝 피우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리저리 몸을 접어가며 사진을 찍고

후들거리는 다리로 산을 내려오다 보니 숨을 몰아쉬며 오른 등산로 주변에도 드문드문 세뿔투구꽃이 자라고 있어서 조금 더 자세히 들어다 볼 수 있었다.

 

세뿔투구꽃은 투구꽃류의 한가지 품종으로 잎의 모양이 갈라지지 않고 삼각이나 오각형을 이루고 있어 다른 투구꽃과 구분이 쉽다.

자생하는 장소는 전국적으로 몇 곳 뿐이고 숫자도 많은 것이 아니라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보호되는 야생화이지만

 

다행이라면 세뿔투구꽃 역시 독성이 강한 식물이기 때문에 재배하려는 사람이 적고 투구꽃류의 특성상 저지대에서 재배하면 여름부터 잎이 타 들어가

개화기에는 줄기만 남아 관상성이 매우 나쁜 덕분에 자생지에서 뽑아가는 일이 많지 않은 품종이다.

 

세뿔투구꽃은 이렇게 보기 어렵고 귀한 품종이라 널리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들이 흘러 다니는 품종 중 하나이기도 하다.

 

세뿔투구꽃은 1934년에 일본의 식물학자인 고이즈미켄이치에 의하여 투구꽃의 신종으로 학계에 보고되며 Aconitum austrokoreense라는 학명으로 불리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식물학자인 경북대의 양모 교수가 1963년에 다시 신종으로 학계에 발표하며 Aconitum trilobum라는 학명으로 얼마 전까지도 표기하였지만

이미 신종으로 발표된 것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양모 교수의 발표는 잘못된 것으로 처리가 되었다.

 

이렇게 정리가 되었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다시 1996년에 이화여대 이모 교수에 의하여 세뿔투구꽃은 중국에서 자라는 투구꽃인 Aconitum racemulosum의 변종이라 발표하며 Aconitum racemulosum var. austrokoreense라고 표기하였으나 중국의 것과는 다른 것이고 이미 발표된 것과 같은 것으로 판명되며 현재는 일본의 학자가 등록한 학명만 인정하고 그 것만 사용되고 있다.

 

세뿔투구꽃을 만나러 간 이번 여행은 고난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다시 만나러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변 지인들께 이야기를 했더니 지인들이 웃는다.

 

거기 말고 덜 힘든 장소로 안내 할테니 돌아오는 개화기에 다시 한번 만나러 가자고요

다음번 세뿔투구꽃 만날 때는 제발 다리가 후들거리고 하늘이 노란 것을 느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개화기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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