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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사진

하늘타리(월간 난세계 2024년 6월호)

by 태극농원쥔장_한현석 2024.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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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 떨어야 볼 수 있는 하늘타리

 

(월간 난세계 20246월호 : 연재 연속 번호 168번째 이야기)

 

새순이 돋아나는 봄이 온 것 같더니 어느새 봄꽃은 지고 무더운 날의 연속이다.

봄은 느껴볼 시간도 없이 지나가고 이제는 무더위와 싸워야 하는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 같아 걱정이다.

 

무더위가 시작되는 7월부터 꽃을 하나둘 피우기 시작하여 늦은 것은 9월까지도 꽃을 볼 수 있는 식물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하늘타리 ( #Trichosanthes_kirilowii )라 부르는 야생화이다.

어느 곳에서는 이 식물의 이름을 하늘타리가 아닌 하눌타리라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약간의 억지 주장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늘타리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덩굴 식물이었지만 어느 때부터 좀처럼 보기 어려워진 품종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요즘은 하늘타리를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하느냐?

끝말잇기의 끝판왕 단어의 그 장소 #산기슭 을 눈에 힘주고 살펴야 운 좋게 만날 수 있는 야생화가 되어 버린 것 같다.

 

하늘타리를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이 식물만 먹는다면 영원히 죽지도 않을 것처럼 다양한 약재로 사용한다고 정리한 글들이 등장하지만

주변에서 하늘타리를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은 없다.

물론 자연의 야생화들이 대부분 약재로 사용되고 민간에서 지금도 여러 정보들과 함께 야생화 품종들을 소개하는 것을 보면

분명 무엇인가 몸에 좋은 부분이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사실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믿고 자연의 야생화를 뽑아 약으로 사용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이 하늘타리가 예전이라면 인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민간에서 약재로 사용했을 수도 있지만

요즘처럼 하늘타리를 보기 어려워진 시기에 약재로 사용한다고 하늘타리를 만나러 갈 수도 없고

만나기도 어려우며 혹여 산기슭에서 하늘타리를 만난다 한들 뿌리를 캐겠다고 삽이나 연장을 들고 땅을 팔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늘타리는 다른 이름으로 #하늘수박 이라 부르기도 한다.

하늘타리의 열매는 수박의 축소판처럼 생겼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수박 비슷한 열매를 감상하기는 매우 어려운 지경이다.

 

하늘타리가 인가 주변에서 보기 어려워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추측하여보면 인가 주변의 풀밭이나 빈터에 자라는 하늘타리는 잡초 제거를 위한 예초작업이나 제초제 살포로 인하여 사라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인가 주변의 하늘타리는 인가 주변에서 살아갈 수 없고 산기슭의 길가 주변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지경이 되었지만

이 역시 산길 정비나 잡초 제거에 의하여 줄기가 잘려 나가고

그로 인하여 세력 확장을 할 수 없으니 서서히 하늘나리는 사라지고 보기 어려운 야생화가 되어 가는 듯 하다.

 

어느 해 인가 비가 오는 날 편의점도 없는 한적한 시골 지역으로 출장을 가다 길가의 작은 점방에서 음료수를 하나 사서 마시다 담장에 핀 하늘타리를 만난 적이 있었다.

주인 어른에게 하늘타리 꽃이 예쁘게 피었다 말씀 드리니 그 놈의 잡초는 잘라도 덩굴이 자꾸 자라서 주변을 지저분하게 한다고 성가신 녀석이라 말씀하신다.

마음 같아서는 그 성가신 녀석의 뿌리를 찾아 캐 오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시간은 없고 하는수 없이 사진 몇 장을 찍고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다.

 

지난해 무더운 여름의 끝자락 쯤 한낮의 무더위를 피해 그늘에 앉아 쉬고 있다가 문득 시골 지역인 우리 농원 주변에 혹시 하늘타리가 자라고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동네를 한바퀴 돌았지만 역시나 길가나 빈터는 잡초 제거가 말끔하게 되어 있고 하늘타리는 고사하고 잡초도 자랄 환경이 아니었다.

 

혹시 산기슭은 하늘타리가 자라지 않을까 하고 자동차를 타고 산 쪽으로 이어진 길을 천천히 이동하며 주변을 살펴봤지만 역시 하늘타리를 만날 수는 없었고

산길에서 차를 돌려 농원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동차 바퀴 아래 심장형의 각진 잎이 줄지어 자라는 것이 보였다.

자동차를 길에 세워두고 내려서 살펴보니 분명 하늘타리의 잎인 것 같았다.

하지만 너무 오랜만에 만난 것이라 잎만으로는 하늘타리라 확신하기는 어려웠다.

 

하늘타리의 꽃은 밤에 피어나서 다음 날 아침 햇살이 퍼지면 시들어 떨어지는 꽃이다.

잎의 모양만으로 확신을 못했으니 결국 꽃을 확인해 봐야 하는 것이다.

 

다음날 새벽 먼동이 뜨기 전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카메라를 챙겨 들고 잎을 봤던 장소로 달려가 본다.

#흰머리카락 을 휘날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불가사리 처럼 보이기도 하는 흰꽃이 그 저리에 피어 있었다.

언제인지 기억도 없는 하늘타리의 꽃을 만나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와서 사진을 확인해 보고는 실망에 빠지고 말았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빛이 부족하여 사진이 흔들려 있어서 머리카락처럼 생긴 꽃잎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다음날도 먼동이 뜨기 전에 카메라를 들고 산기슭을 찾았다.

이번에는 삼각대까지 챙겨왔고 어제의 실수를 하지 않으려 조심스럽게 사진을 찍어 왔다.

 

산기슭으로 향하는 시멘트 포장길을 뒤로하고 흰꽃을 활짝 피운 하늘타리 꽃잎에 햇살이 비추고 사진기를 정리할 즈음 하늘타리는 부지런히 꽃잎을 오므리고 있었다.

 

이런 특징을 가진 하늘타리의 멋스러운 꽃을 감상하려면 결국 부지런을 떨고 달려가야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는 야생화이다.

다행히 집에서 가까운 산기슭에 자라고 있고 시멘트 포장도로 옆에 자리 잡고 있어서 누군가 뽑아갈 염려도 없으니 올여름도 부지런을 떨며 하늘타리꽃을 감상하러 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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